닉네임: 규린
주력 글 안내:
- 로맨스 뉘앙스를 풍기는 글에 강합니다. 밝고 쾌청한 사랑보다 그늘막의 숨긴 사랑 뉘앙스 입니다.
- 세계관으로는 마법 판타지 세계관에 강합니다. 나머지 세계관은 분위기만 알고 있다 정도. 그래서 현재의 주력은 로판이라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의외로(?) 현대물에 약합니다 (TT)
- 그리고 성인(R19)를 좋아하는데. 슬쩍 본 성향으로는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생략하겠습니다.
- 행동 서술과 감정을 위주로, 어려운 단어보다 쉬운 단어로, 단편보다 장편에 강합니다.
- 스토리 서사(플롯) 진행에 약합니다. 사건이 엉성하다는 느낌을 스스로 많이 받는 편. (TT)
- 그나마 자신이 있고, 글의 강점이 싶은 부분으로는…. 캐릭터 해석에 있어서는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 (TT.. 이마저도 좀 자신이 없는 요즈음.)
“사실 ‘파트너’라는 거 다 옛날 말이잖아. 요즘엔 하나의 수사팀이 서로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고. 그렇다고 했을 때, 우리 두 사람은…. 파트너보다 좋은 선후배 사이로 보이려나? 우리 서로는 ‘파트너’입니다. 이렇게 공표한 적도 없으니까.”
“일 잘하다가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차 경감?”
“조금 더 눈 크게 떠. 그래야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보일 테니까.”
“…말 흘리지 말고.”
“그냥…. 남들 눈에 우리 관계가 그렇게 보인다면. 왠지 싫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
“그 싫은 이유는? 파트너로 보이지 않아서?”
“아니. 좋은 선후배 사이로 보일 수 있단 문제.”
“…나쁜 사이로 보이길 원할 줄은 몰랐는데.”
“나도 그런 말 한 적 없거든요, 추석오 씨.”
“그러면? 남들의 눈에 우리 사이가 어떻게 보였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쩐지. ‘파트너’라는 대답이 전부는 아닐 것 같아서 말이야.”
“어려운 질문이네. 모든 직장인과 사회인이 그러듯. 일하는 게 너무 지루해서, 일단 내뱉은 말에 가까웠거든. 그래도 굳이 생각을 해보고, 답을 주자면. ………. 음, 선배 포지션이 당연하게 ‘추석오’가 들어가는 게 싫어. 난…. 그래. 난 당신이 내 후배면 좋을 것 같거든.”
“선배와 후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까 이상하군.”
“크게 볼 때 중요하지 않은 거지.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아니란 말이니까.”
“그럼 어떻게 할까? 선배의 기분이라도 낼 수 있게, 후배 노릇이라도 해 줘?”
“저기요. 추석오 씨. 그런 하극상은 사양하고 싶거든? 더구나. 당신이 그런 척을 좀 해준다고 해서, 내 기분은 좋아질지 몰라도. 주변이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후배를 잘 받아주는 선배’ 추석오일텐데. 의미 없어. 그런 거.”
“왜 의미가 없어. 적어도 차혜경 경감의 기분은 좋아진다는 말이잖아. 당신은 주변에 너무 많은 신경을 써.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과하게 신경을 쓰는 바람에 흔들리고는 하잖아. 흔들리기 전에, 기분이란 토양을 잘 다져서 단단하게 심어두는 일. 내게 의미 없지 않아.”
“아하? 그러니까 이런 말씀이시군요? 내 낙담하고 있을 때, 기분 맞춰주기 귀찮으니까. 그러기 전에 기분 좋게 만들어 버리겠다?”
“꼬아서 듣지 말고.”
“흥.”
“….”
“나도 알고 있어서 그래.”
“그래. 꼬아서 듣는 버릇은 고쳐.”
“그거 말고. 조금 더 앞으로.”
“녹음기 안 켰어. 기다려 봐. 생각을 좀 해봐야 하니까.”
“….”
“…내게 의미 없지 않다는 말인가?”
“….”
“맞군. 그거랑 앞의 대화는 무슨 연관이 있지?”
“공평해지고 싶어. 나랑, 추석오란 사람의 관계가. …아주 가끔 헷갈려. 내가 당신한테 주는 것보다 당신이 나한테 주는 게 많아 보여서. 투정 부리지 않으려고 해도 찾아와서 찌는데. 그러면 가볍게 싼 이 입에서 무슨 말이든 튀어 나가 버려. 사실 당신 특기에 걸려든 것 같기도 하고….
왜 있잖아. 추석오라는 사람 앞에서는 ‘비밀’을 만들 수 없다는….”
“매번 말하지만 그건 순전히 우연이고. 당신 탓도 있다고 보는데?”
“모르겠네? 난 정말 모르겠네?”
“차혜경 경감….”
“아, 그래! 그것도. 나 그것도 싫어. 추석오, 넌 왜 늘 내 이름 뒤에 직함을 붙여? 날 존중하고자 하는 의미라는 건 알아. 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그저 인망 좋은 사람의 여유일걸. 너는 다 받아주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사람을 너무 좋게 봐. 나라도 다 받아주지 않아. 지켜야 할 선을 알고 있어. 그리고 그 선을 벗어나지 않게 도와주는 게 ‘파트너’ 일이 아니던가?”
“…. 말이라도 좀 못하면 모를까.”
“그래서 또 무슨 말을 몰래 품고 있었는데? 나한테 꼭꼭 숨겨둔 것 좀 더 꺼내 봐.”
“….”
“….”
“우리 너무 빠르게 ‘파트너’가 됐다고. 단계를 천천히 오르지 않고, 한 번에.”
“혹시 부담… 스럽나?”
“내 감정 중에는 그런 단어도 분명히 있겠지. 하지만 생각보다 그건 중요하지 않을 거야. …있지, 추석오. 당신, 나랑…. 친구’도’ 하지 않을래?”
그 혼란 속에서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내달린 것은 기적이었다. 한 사람은 꺾일 대로 꺾인 발목을 하고 있었고, 또 한 사람은 팔이 탈골되어서 한쪽 팔이 힘없는 소매처럼 덜렁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비정상적인 신체, 짓이겨진 살. 차혜경은 고통이 가득한 비명 대신 대한민국 경찰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두려움을 이기는 건 일반인에게 쉽지 않으니까 한 말이었다고. 불나방이라는 게 왜 있겠어. 그저 눈에 보이는 빛에 다가갔다가 거리감을 상실한 채로 타죽고 마니까 있는 말이지. 그런데. 그 X친 것들은 이런 때에도 통제나 하려 드냐도 대꾸나 해? 이 혼란 속에서 그나마 제정신으로 판단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전투 훈련을 받은 우리니까 그런 거지!”
은하는 혜경이 분노로 토해대는 말이 점차 울먹임으로 변하는 걸 들으며, 걷고 또 걸었다. 그저 묵묵히 희미하게 들리는 괴이의 울음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여자의 말을 들으면서 불쑥 솟아났다가 가라앉는 생각마저 없지는 않았다.
우리의 베이스캠프는 어떻게 됐을까. 마지막에 불꽃놀이 폭죽을 쏘기는 했지만. 그건 24시간 무인 판매점에서 판매하던 폭죽이었기에, 역시나 실전에 쓰기에는 너무 빈약한 물건이었다. 하늘로 쏴 올려지는 것이 맥없던데. 애당초 이 한낮에 그 불꽃이 잘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에 걱정이 울렁거린다. 그러다 금세 고요하게 잠든다. 심리학에서는 과도한 걱정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을 환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는 한다. 베이스캠프와 정반대 방향으로만 걷고 있는 우리가 그들이 어떻게 됐을지 알 리 만무하다. 그러니 은하는 막연한 불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생각을 끊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고개를 다시 내밀겠지만. 은하는 다시 한번 끊을 줄 모르는 것의 꼬리를 찾아서 끝을 볼 것이었다.
그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일 테니까. …전은하는 그렇게 믿었다.
“…윽.”
잘 나아가던 걸음을 잠시 멈췄다. 혜경의 몸이 앞으로 쏠린 것이다. 그 몸을 붙잡을 힘은 있어도, 지지를 할 팔 한쪽이 없는 탓에 은하의 몸도 그녀와 같은 방향으로 휘청거렸다. 다행히 완전히 넘어지지는 않았다. 먼저 균형을 잡은 은하가 몸을 다시 뒤로 해, 지면에 몸이 닿는 일을 막았다. 그리고 느리게 반쯤 꺾였던 혜경의 허리가 세워졌다. 자신처럼 금방 중심을 잡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발목이 그렇게 많이 아프신 건가요? 은하는 침묵 속에서 생략된 것 같은 문장을 추측해 물었다.
“…. 나, 버리고 가.”
돌아온 답은 그 추측은 무의미했음을 알리는 음성이었다. 혜경은 은하의 얼굴을 마주 봤다. 그사이에 땀이 아닌 물기로 더럽혀진 얼굴이 보인다. 은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머리가 더 빨리 추론하고 답을 도출해냈다. 경감님, …물리셨습니까?
그 흔한 ‘응’이란 대답도 없었다. 작은 오열이 대답의 부재를 대신했다. 이럴 게 아니라. 그래. 우리 떨어질까. 변이 속도는 사람마다 달라서, 내가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니까. 그, 잠깐. 완전히 가버리지는 말고. 잠깐…. 조금만 멀어지면….
은하는 혼란으로 가득한 여자를 바라봤다. 버림받을 용기가 없는 그녀는 이성적인 생각과 감정적인 버거움을 조화롭지 못하게 가진 채, 제대로 된 행동도 말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었다. 멀쩡한 팔은 한 개뿐이었지만, 전은하는 붙잡고 있는 차혜경의 몸을 더 단단히 붙잡았다. 두 사람의 몸은 가까이 붙었다. 몸을 기대는 정도였던 거리에서 서로 한 몸인 것처럼 심박이 느껴질 아주 가까운 거리만큼.
“괜찮아요. 진정하세요. 어딘가 가지 않기를 원하시는 거죠? 그렇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경감님만 제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그리고 가까워지니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이 남자, 피를 흘리고 있었다. 혜경은 감히 얼굴을 아래로 내리지 못했다. 은하가 혜경을 보고 이해한 듯, 혜경도 은하를 보고 알아버린 것이다. 증거는 거짓말을 할 수 없고, 증거를 본 알아버린 이상 잡게 된 실타래를 무시할 수 없는 게 경찰이니까.
똑같구나. 너도…. 감염됐구나. 이 이상하고 지독한 전염병의 특징 중 하나가 통각의 차단이었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그렇기에 자신이 변이가 되어가는지도 몰랐다. 통각이 흐릿해지니, 상처 발견이 늦을 때가 많았다. 차혜경이 제 허벅지에 물린 자국 한 개가 있었음을 이제야 발견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혜경은 참 궁금했다. 나는 그렇다고 치고, 너는 왜 이제야 말을 하는 걸까. 허리에서 느껴지는 끈적거리는 액체를 느끼며 생각했고, 혜경은 은하가 그러듯이 이해가 되지 않는 공백을 추론으로 메꿔, 그럴듯한 추리 하나를 제시했다.
평소 안 하던 짓을 한다고는 생각했다. 서점을 들러서 잡지를 좀 샀다더니. 기혼자를 앞에 붙잡아 두고서, 결혼을 한 기분은 어떠냐니. 추석오의 눈에 보이는 주단아의 이상행동들. 하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사람이란 원래 관심이 없던 것도 별것 아닌 이유로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이니까. 애초에 순경 시절, 처음 봤던 때와 많이 달라지기도 했고…. 연애라는 것에 눈이 가는 모양인가 싶었다. 그래. 솔직하게 너무 편한 쪽으로만 한 생각이고 판단이었다.
“…뭐? 다시 말….”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자아, 경감님…. 아니, 경정님. 이것 보세요, 짜잔.”
단아는 그에게 물증만큼이나 빠르게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처럼 왼손을 내밀었다. 쫙 펴진 다섯 손가락, 그중에 네 번째 손가락에 보이는 반지 한 개. 두께는 어느 정도 있었고, 부드러운 곡선 구조의 디자인, 중앙에 박힌 가짜 같지 않은 보석.
“저 프러포즈 받았어요. 음, 한 이틀 전에? 원래는 바로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경정님이 일 때문에 바로 못 만나신다고 하셔서….”
“요즘에는 이런 장난이 유행인가? 아니면 혹시 갑자기 약속을 취소했다고 화를 내는 건가?”
석오는 입으로는 가볍게 부정했다고 하지만 시선은 단아의 반지를 계속해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주단아의 결혼.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정말로 딱 단 한 번만 생각한 일이었다. 그것도 그녀가 직접 “저, 결혼하면 어떨 것 같아요?” 물어봐서 말이다. 그런데, 뭐, 프러포즈? 이런 말을 하기 전에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부터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석오는 황당한 나머지 타는 갈증이 나는 목을 축이기 위해서, 물잔을 들어 마셨다. 때마침 시킨 식사가 나왔다. 눈을 떼기 어려웠던 왼손 약지의 그것은 테이블 위로 하나씩 올려지는 그릇 때문에 테이블보 밑으로 사라졌다.
“아니. 제가 밥 앞에서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만큼 진지하게 하는 말이라고. 단아는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쥐고서 말했다. 그 와중에 나온 밥을 먹겠단다. 석오는 제 목으로 넘어가는 것이 물인지, 공기인지, 모를 정도인데. 아무튼 이 정도로 강하게 하는 말인 걸 보면, 장난삼아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석오는 쩍쩍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인데. 그…, 프러포즈를 했다던 사람이.”
“준우 씨요.”
쾅. 식당의 시선이 두 사람이 있는 테이블로 모여들었다. 드라마나 영화라면 테이블이 엎어지거나 했겠지만. 두 사람은 그런 세상 속의 사람이 아닌, 이 현실 속의 사람이었기에, 평범하고 평범하게 석오가 쥐고 있던 물잔이 떨어지면서 낸 소리였다. 그게 철제로 된 물건이라 울림이 남달랐던 것이지.
“준우?”
그리고 주단아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자기 입으로 직접 울려보는 추석오의 목소리도, 울림이 꽤 남달랐다.
“대체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던 거야? 아니…. 어쩐지. 이 황준우, 그 썩을 놈, 부쩍 너희 둘이 딱 붙어서 앉는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내가 당장 그 녀석의 허리를 접어버려야지.”
석오는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당장 이곳으로 오라고. 아니, 당장 내가 갈 테니까 어디에 있는지 불라고. 그런 말을 할 것처럼 구는 모습에 주단아는 파하학 웃음이 터지며, 돌돌 말고 있던 파스타 면을 놓쳤다.
“그런 반응일 거라고 말했는데. 준우 오빠 말이 진짜네. 그래서 비밀로 계속 사귀고 있었던 건데. 아무래도…. 결혼은 몰래 하기 어려우니까요. 제가 말하겠다고 했죠.”
“웃음이 나와? 너는 황준우 나이가 몇 살인 줄은 알고 말하는 거야? 그 새끼가, 진짜….”
“헤. 사랑에는 나이가 상관이 없, 진 않지만. 오빠는 괜찮을 것 같던데? 힘들다고 말하면 잘 받아주고. 심심하다고 하면 이때를 기다렸다고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해주고. 무엇보다 좋아한다고 티를 잘 내주고.”
“그런 걸로 결혼을 결정하면 안 되는 일이지.”
“결혼도 안 한 경정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
“경정님도 우리 오빠가 괜찮은 사람이니까, 계속 만나오신 거 아니세요?”
“‘우리 오빠’….”
“그러니까 어서 날짜 잡아주세요.”
석오는 주단아를 먼저 말려야 할지, 황준우의 머리를 까보는 게 먼저일지. 고민하다가 들려온 말에 눈을 번뜩였다. 그걸 왜 나한테 정해달라고 하냐는 시선이었다. 단아는 그마저도…. 아니, 단아와 준우는 그의 그런 반응마저도 예상한 것처럼 말 없는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입장 같이 해주셔야죠.”
“………. 누구랑?”
“당연히 저랑요.”
“………. 내가?”
“그럼. 제가 이런 부탁을 할 사람이 경정님 말고 또 있어요? 그러니까 만나자고 한 거지.”
“아니. 그럼 너는 그 녀석이 한 프러포즈를 그 자리에서 바로 수락하고서 또 그 자리에서 결혼 계획 이야기를 했다?”
“정확해요! 그리고 할 말은 다 했으니까 저는 이것 좀 먹을게요! 어, 생각은 길게 하셔도 되는데. 길어질 것 같으면, 경정님 앞에 있는 음식도 좀 주세요. 생각 끝날 즈음에 다시 시켜드릴게요.”
석오가 대답도 하기 전에 뻗어오는 포크 한 개가 있었다. 그는 빠르게 자신의 포크를 쥐고서, 단아의 포크를 중간에 쳐냈다.
“…이건 내꺼야. 손대지 마.”
“식으면 맛없는데…. 다시 시키는 게 좋으실 텐데….”
“네가 말했잖아. 그건 생각이 길어질 때나 하라고.”
“어라?”
벌써, 답을 정하셨어요? 빠르신데. 단아는 히죽 웃으면서 그 답을 기다렸다. 숟가락도 놓고, 턱을 괸 채로, 그가 내놓을 답을 꽤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석오의 입장에서는 오늘따라 그 모습을 보는 게 왠지 속이 아팠다.
“일단 사귀는 건, 그래. 그건 괜찮다고 쳐. 하지만 결혼은 안 돼.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녀석부터 찾아가서, 내막 좀 들으려고 한다.”
“엥. 그건 제가 물은 질문이 아니잖아요. 저는 입장 같이해달라고 말했는데.”
“……….”
“경정님?”
석오는 잡았던 포크를 그 위치에 고대로 돌려뒀다. 그리고 제 앞에 있는 그릇을 조금 밀어서, 주단아에게 내어줬다. 짧은 말이 뒤를 따랐다. 먼저 먹고 있어.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이 생각이란 놈이 좀 많아서….
호불호 요소:
- 기본적으로 페어에 따라서 호불호의 영역을 넘나듭니다. 그런 사유로, 페어 문서에 '페어 호불호' 분야를 따로 적어 둘 예정입니다.
- 그 외에 오너적으로 [ 로판 / 피폐 / 시리어스 / 살망 / 멸망 ] 등…. 어디 한 쪽이 망하는 것에 있어서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불호는 [ 개그 ] 영역인데. 이는 만화 영역에서 더 주요하게 다뤄지는 속성이기도 하고. 글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영역이기도 해서. 소개로만 끝내겠습니다.
기타 하고 싶은 말:
- 사람은 정말 취향이 다양한 것 같습니다. 저는 나 정도면 대중의 취향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여러분과 하나도 겹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굳이 따지면 로판이 겹칠까 :)... ... ...
- 1천자 마감을 엄수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일정적인 게 아니라 글자 수 적으로……. 그런데 최근 개인작이 죄다 기본 1만자였어가지고. 조금 자신이 없어요. 미안합니다 TT
- 감상평에는 글에 대한 인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성격상 그리고 스터티 목적상, 좋은 말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