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헤르니에게 아이아나가 당신을 사랑해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때는 언제냐고 묻는다면 '언제나, 항상, 지금, 이 순간까지'라고 망설임이 없이 대답할 거다. 그렇지만 그 만약 그 표현만으로 부족함을 느끼게 될 때는 어떤 말을 더 덧붙여야만 하는 걸까? 의미 없는 사색이라고 말하기에는 지금 당장의 상황과 마음을 풀어둔 난제라서, 화난 것처럼 인상을 찡그린 채로 고민을 했다.
"아냐. 역시 안 되겠어요."
"다른 옷이라도 입어야 하는 겁니까, 헬리?"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 거람. 헤르니는 속 안의 정리되지 않는 많은 말을 정리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일단 손을 잡아끌고서 마차에 태우고 난 후에 '그래도 드레스를 한 번은 입어봐요! 결혼식 때도 안 입을 거라면, 가끔은 내 부탁도 들어주고는 해야죠!' 떼를 쓰며 가게에 가는 것도…. 중간에 마차가 저택으로 돌아갈 뻔했지만, 그것까지도 괜찮았던 거 같다.
도착하고서는 눈썹을 쳐지고 눈동자에 생기는 다 사라졌고, 공간 자체가 답답하다는 것처럼 창문 밖으로 넌지시 시선을 두는 것도, 미안하기는 했지만 없는 꼬리를 잘 흔들며 살살 유혹하니 따라줬다.
참으로 어렵사리 행거를 뒤적이게 하는 것까지 성공했을 때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옷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하나씩 부실하다는 시선으로 줄곧 바라보다가. 그나마 헤르니가 가져온 검은 레이스로 덮인 옷을 보고서 그 정도면 괜찮을 거 같다는 타협을 받아내기 성공했다. 그 허락에 '헤르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을 거 같으니. 차라리 일찍 입혀지고 빨리 돌아가자.'라는 의지와 의도를 읽어낸 거 같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지쳐있는 아이아나를 휘두를 수 있는 경험은 드물어서 그저 깜찍하게만 여기고 옷을 갈아입기만을 기다리는 그 순간까지, 정말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거 같다.
온종일 자신의 의사에 맞춰줬으니. 이제 다시는 안 그렇겠다면서 그 뒤에 어떤 알랑거리는 소리를 할까.
방문 한 개로 나눠진 탈의실과 대기실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조금의 어색함과 많은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아이아나가 '등장'한 순간부터 문제가 생겼다.
'………, 내 취향을 알고 있었지만.'
단둘뿐이라는 걸 확인하고서 벗어둔 코트를 뒤적거리고서 시가를 꺼내는 그 모습까지, 헤르니는 자신의 취향이 '아이아나'라는 사람에게 맞춰졌음을 깨달았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모습, 자신이 준 것, 자신과 맞춘 것, 자신이 골라준 것으로 무장을 한 모습은 취향에 취향을 더해서 아쉬움은 하나 들지 않은 완전무결을 갖춘다. 더구나 당사자가 어떤 마음으로 현재 상황을 버티고 있냐는 것까지 생각하면.
헤르니 에노쉬는 자신의 배우자가 얼마나 사랑해주고 있는지를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거다.
"당신이……… 정말, 아름다워서요."
탄식에 가까운 한숨이 일렁이던 시가의 연기를 흩어지게 한다.
무엇보다 당신의 사랑이 아름다워서요. 그리고 나도 당신의 사랑에 굴복하고 싶어져서요. 그렇게 복종심은 오로지 당신에게만 보이게 될 거라는 걸 깨달아서요.
Memo/Back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