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 겨울살이

Memo/Backup

2021. 12. 25.

헤르니는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잠자리에 들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아나는 타협을 보는 것에 일찍이 포기하고서는 정각마다 울리는 시계가 12번의 종을 쳐주기만을 기다렸다. 1224. 11시를 넘어서 12시를 향하는 시간, 평상시라면 조용했을 에노쉬 저택에도 약간의 웃음소리와 멀리서도 맡아지는 도수 낮은 알코올의 향이 감돌았다. 사용인들은 자기들만의 파티를 즐겼고, 정작 그 저택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은 집무실에서 창문만 열어둔 채로 소복하게 쌓이는 눈만을 구경했다.

저기 봐.”

손바닥에 턱을 대고 있던 헤르니의 탁한 눈빛이 단번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그런 헤르니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아이아나는 헤르니가 손가락으로 가르치기도 전에 그가 보고 있던 시선을 쭉 따라가고 있었다.

그 먼 손짓이 향하던 곳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장면. 달빛과 별빛을 조명 삼고, 평소에는 드나들지 못하는 정원에 숨어든 연인. 서로를 아주 가깝게 여기는 것인지 얼굴을 마주하고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 광경.

아이아나는 겨울철의 차가운 숨을 한껏 폐에 채웠다가 내쉬면서 물었다.

헬리, 키스하고 싶은 겁니까?”

잠시 떨어트린 시선일 뿐인데도. 그 사이에 턱을 대고 있던 손이 풀리고 손가락끼리 꼬물꼬물 엉키도록 손장난을 치고 있었다. 사고의 흐름을 굳이 멀리하지 않아도 원하는 바가 읽혔다. 오래된 연인처럼. 그리고 실로 두 사람은 오래된 애인 관계는 아니어도 인연 관계는 맞았다. 의심할 것도 없이, 아이아나는 자신의 눈에 읽힌 것을 오독했을 리 없다고 확신했다. 이것 보아라. 지독하게 얽힌 헤르니의 양손이 결국은 깍지를 끼고서야 멈췄다. 얼굴을 숙여서 시선을 내리깔았기에 눈도, 웅얼거리는 입 모양도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아나는 1초 앞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

예상처럼 고개가 끄덕인다. 저택에 함께 지내게 된 후로 더 길어진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덕에 머리카락에 가려진 붉어진 귀가 보인다. 창틀에서 오래도록 겨울을 탐해서 붉어진 게 아닐 거다. 그 모든 걸 알면서도 아이아나는 귀가 추워 보이면서 양쪽의 귀를 손바닥으로 덮어줬다. 고개는 돌아가고 언제 잠기운이 있었다는 것처럼 말똥말똥한 눈을 마주한다.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지는 순간에 저 멀리서 종이, 저택에서는 시계 소리가, 사용인들이 있는 1층에는 더없이 큰 목소리가 울렸고, 두 사람만이 있는 집무실만 세상의 소음을 모르는 것처럼 조용하다. 나름의 기념적인 날이라고 며칠 전에 꾸며둔 겨우살이 장식 아래에서의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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