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종말론적 마법소녀 + 시티 오브 미스트 + 캠페인

TRPG/Review

2022. 7. 9.

안녕하세요! 규린입니다. 종소녀에서는 PC4 송유리를 굴렸고, 시오미에서도 송유리를 굴렸습니다. 여러 가지의 사정으로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 해서 죄송합니다. 결코 캠페인이 싫었다거나 하는 이유로 나간 것은 아니니 없으실 불안감이겠지만 한 번 말하고 시작해요.

 

각 세션의 카드, 제작은 모두 린자드님께서 해주셨습니다! 멋진 세계를 표현한 폴로라이드 사진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두 개의 룰, 두 개의 시나리오, 두 개의 세상을 걸으면서 동료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참 즐거웠습니다. 인세인 특성상 미리 백스토리가 정해져 있다보니 한정된 표현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데, 시오미에 가서는 정해지지 않은 백스토리를 각자가 한 줄씩 써가려고 노력하는 게 많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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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깨진 유리처럼 허공에 깨어진 균열. 공간감을 상실한 채 흩어져나오는 검은 기운, 언젠가 마주한 적이 있었죠. 균열 속에서 차갑게 식어가던 자신을 감싸는 따스하지 않지만 온기를 담고 있는 빛을 손에 쥐면 손에 남은 것은 자신의 머리칼의 색을 닮은 팬던트 목걸이었습니다. 자신은 다른 마법소녀들과 다르게 균열을 들어갔을 때를 기억합니다.

온몸이 찢어발겨지며 바스라지는 고통과 식어가는 체온, 서서히 사라져가는 감각 속에서 원하던 것은 그저 살아가는 것. 어린 마음에 아직 죽음은 이르다는 통곡.

그 곳을 딛고나와 서는 것이 기적 그 자체겠지요.

균열은 항상 남영에게 익숙함과 기시감을 줍니다. 항상 죽음에 쫓기고 있다는 기분, 이 목숨은 이미 다했다는 경고.

마법소녀가 아닌 남영은 이미 편안히 숨 쉬기도 어려운 몸입니다. 마법소녀로 변신해 있는 순간만큼은 정신이 죽어있는 신체에 속박된 것에서 해방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언제까지 내일이 없을까요.

나는, 마법소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사실 알량한 정의감따위는 없습니다. 그저, 마법소녀로 살아가고 싶은 자의 의무감일 뿐.

남영은 그날을 기다립니다. 한편으로 두려워합니다.

최초의 마법소녀가 발견되었다지요. 남영에게 다시 찾아오는 균열 전까지는

두려운 기대감 속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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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운 좋게 되살아났다는 것을 인정해야할지 부정해야할지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이 '도시'를 더이상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오랜 시간 마법소녀로써 살아왔는데 하루 아침에 실직이라니, 웃기지도 않을 일이지요. 이걸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전부일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도 잃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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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은 기관에서 마법소녀로 활동하면서, 다른 마법소녀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전투 중 사망한 마법소녀의 뒤처리를 맡아왔습니다.

마리오네트 말그대로 기관의 인형처럼.

몰랐다고 했지만.. 사실 알지 않으려 했던건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뒷처리한 마법소녀의 시신은 어디로 가는가?

치밀어왔던 무언가는 기관에 대한 분노나 배신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분노였을지도요.

아주.. 오랜만에 돌아온 낯선 일상. 소속될 곳도 마음을 쏟을 곳도 없는 비연은 아마 오랜시간 고민할 것입니다.

균열이 다시 닥치면.. 글쎄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기억하시나요? 종소녀 엔딩 후에 짧게 돌아가면서 했던 후일담입니다. 후기를 쓰려고 종소녀도 한 번씩 훑어보고 시오미도 한 번씩 훑어보는데. 묘하게 후일담과 맞아들어가는 것이 마스터의 큰 그림이였던 건지. 플레이어들의 직감있는 선택이였던 건지.

물론 저는 두 가지 모두라고 생각하지만요.

 

저희 캠페인이 방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장면이냐 감명 깊게 남았던 장면 하나하나 꼽기에는 너무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ㅠㅠ 또, 체력이나 후기를 쓸 일정의 시간도 별로 없어서. 

 

가장 말하고 싶던,

종소녀 세션의 후일담과 시오미 캠페인을 하면서 느꼈던 캐릭터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mm!!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선물로 드려요.

 


후일담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첫 번째는 남영이!

 

종소녀 세션에서 남영이가 어정쩡한 포지션이였기도 해서 무엇을 중심으로 어필하는 지를 몰랐어요. 그런데 시오미 세션을 하고서 후일담을 다시 본다면, 저는 역시 남영이가 죽음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참 이상한 캐해석이다 (?) 할 수 있는데... 알고 있는데... 뭐, 그런 게 재미라고 생각해주세요.

남영이는 기묘하게 마법소녀로서의 집착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세션 내내 마법소녀가 된 것에 기뻐하고, 세션 중간까지 다시 마법의 힘을 빼앗기게 될 것에 두려워하고, 세션 후기에는 자신의 힘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삶에 뿌리를 박으려고 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남영이에게 삶이라고는 마법소녀의 삶 뿐이 없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채남영 여기에 죽다, 라는 묘지를 박아야 할 때가 된다면 그건 정말로 남영이가 죽을 때가 아니라 다시 한 번 마법소녀의 힘을 빼앗기 때라는 생각을 깊게 했어요.

어째서 남영이는 그렇게 집착을 할까? 저는 그걸 표현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남영이는 미술을 하는 아이고 마법소녀로서도 환각과 붓을 이용하는 아이죠. 자신이 살아온 대부분을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서 활활 태우는 아이더라고요. 고작의 흰색의 종이와 붓으로는 표현 할 수 없던 것이 너무 많은 거 같았어요.

고로, 남영이는 환경이란 것에 제약되어 있어서 몸을 움크려트리고 있었구나. 그걸 플레이어는 날개 한 짝을 천천히 피어내는 것으로 표현을 하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으로 흐르더라고요.

저는 남영이가 캠페인의 끝에서 더 넓어진 세상에 자유롭게 한 발씩 담고서 살아가는 것이 생각났어요. 정말로 그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모르지만 남영이에게 있어서 더 이상의 무언가를 삼킬 필요가 없는 세상으로 향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리라 믿어요.

 

두 번째는 하율이!

 

편견으로 보는 외관 이미지랑 성격을 뜯어서 봤을 때랑 너무 똑같아서 웃음이 나오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현실 사람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지만, 세션을 하는 캐릭터로서는 매우 칭찬이 맞습니다! 딱 보고서 저 캐릭터는 '어른스러운 여성'에 속하구나!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예전에 언듯, 죽어간 수 많은 동료가 있었고 자신은 살아있다. 하는 뉘앙스를 본 거 같은데. 기억력이 틀리지 않았다면 하율이는 무언가 견뎌내면서 "내가 모든 걸 지고 갈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하고 말할 거 같아요. 지금도 그렇고, 과거도 말이죠.

하지만 그게 곧 캠페인 내내의 변화가 없다는 걸 뜻하지 않아요. 어쨌든 '이런 무령시의 세계'가 된 것도 받아들이면서 견디기를 선택한 게 보였거든요. 명백하게 하율이는 후일담에서도 초기의 시오미 세션에서도,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자신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를 고민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언가 다시 한 번 선택 할 수 있는 세계에서조차, 예전에 한 선택을 다시 한 번 택하겠다는 의미로 봐왔고 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하율이는 다시 한 번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얻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전 세계의 선택과 지금 세계의 선택은 같지만 결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하율이는 더 이상 자신을 스치고 사라진 사람들만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주변이 함께 스치고 사라진 것들을 공유하고 나눌 거 같거든요.

메타적인 선택지였지만 하율이가 가장 먼저 아지트를 만든 걸 생각하면 참 재미있는 해석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 아지트라는 것이 모이지 않으면 혼자만의 외로움을 상징 할 수 있는 곳인데. 이제까지의 마법소녀의 그림자를 품은 하율이가 선뜻 아지트를 만들었다는 건, 용기가 필요했을 거라고 보거든요.

저는 부디 그 뜻이 더 소란스러운 길로 향했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은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하율이도 또 다른 멋짐일 거에요.

 

세 번째는 비연이!

 

비밀과 시오미 세션의 절묘한 결합이였어요. 플레이어가 감각이 좋아서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남영이처럼 비연이도 더 넓은 세계로 향하는 선택지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건 동일하지만 캐릭터성에 있어서 두 사람의 차이가 있었던 거 같아요. 남영이는 전형적인 모험물의 주인공이라면 비연이는 적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또 다른 주인공인 경우 라고 해야할까요?

자신이 한 것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를 하려는 용기가 있는 캐릭터에요. 누군가 비연xNPC 를 판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런 형태가 비연이의 그런 캐릭터성에서 나온 거라고 봐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비연이라는 캐릭터는 혼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매력점이 있어요. 언제나 비연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아요. 그게 어떤 플레이어 캐릭터든, 마스터 캐릭터든. 비연은 사람과의 관계를 조금 더 연장하고 연장해서 거대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거 아닐까 싶어요. 용기와 강한 마음. 저는 비연이를 이 두 가지 키워드로 보고 있습니다. 유리가 가장 약한 모습을 보인 것도 비연이고 가장 강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것도 비연이였죠. 다른 사람들이 비연에게 어떻든, 비연은 거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서 명확한 발걸음을 내딛이며 선택을 과감하게 할 것이 분명해요. 세 명 중에서 결정적인 선택을 해야한다면 캐릭터성으로만 비연이가 가장 먼저 입을 열 거 같다는 생각도 하고요.

왜냐, 비연이가 가장 용기와 강한 마음은 선에서부터 온다고 보거든요. 남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특히, 자신의 주변 사람을 가만히 두지 못 할 거 같아요. 하율이도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범인류(?)를 향한 것이라고 보거든요. 반면에 비연이는 세상이 망하든 뭐든, 일단 너부터 돕고 볼 거야! 할 것만 같다랄까요. 저는 비연이가 조금 더 나이가 어리다면 고집불통이라는 칭호를 위에 딱 달아줬을 거에요.

어쩌다보니 비연이가 가장 긴 거 같지만. 저의 설명이 애매한 부분들이 있어서 주구절절 부연 설명만 다느라 길어진 거 같아요. 어쨌든. 저는 비연이가 시오미 캠페인 중에서 가장 걱정이 덜 (?) 됩니다. 비연이는 어떤 세계에 던져도 잘 살아 갈 것 같거든요. 엔딩에 있어서도 비연이는 분명 또 다른 도울 사람이 없나,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강한 마음과 용기. 가장 중요한 걸, 종소녀부터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끝이 날 줄 알았다면 조금 오산.

 

마지막으로 GM에게 감사의 헌정을 합니다.

 

종소녀의 시나리오를 딱 깠을 떼. 아, 이거는 허무함을 공포로 삼아버리는 시나리오구나. 하는 것을 눈치챘어요. 그리고 그 허무함을 채워주려고 시오미라는 멋진 룰을 알려주며 플레이를 해주신 그리고 하고 있을 마스터님.

종소녀에서는 한 명의 주역 NPC 뿐이 보지 못 했지만 시오미에서는 그보다 더 멋진 NPC들이 가득가득 한 거 같더라고요. 시나리오라는 틀 안에서는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아쉬웠는데. 조금 더 색다른, 조금 더 성장 할 수 있는 NPC와 함께하면서 우리 종소녀+시오미 캐릭터들이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여요.

그리고 무엇보다 룰이든 시나리오든 다 재치고서, 시간이라는 길을 함께하는 캐릭터들 신경 써주는 것에 감사합니다. 제가 언제나 일정이 꽉꽉 차 있는 것을 걱정하면서 이렇게 멋진 GM이 된다면 주변에 플레이어가 넘치는 거구나, 하면서 질투하는 것도 아실까요? 이제는 아시게 되었군요. 축하드립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마스터도 모르는 길이겠지만 분명 우리 캠페인 탁의 마스터님과 함께 걷는 길이니 종소녀에서 채우지 못 한 허무함의 공포를 벗어던지고 오색으로 빛나는 보물을 하나씩 쥐고서 캠페인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확신해요. 그 마지막 사진에 저라는 사람이 없어도 함께 걸어온 길에 있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린님이 넣어준 우리 탁 토큰!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추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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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