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7 inSANe <왕도> w. 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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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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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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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위식
몇 번의 점지를 통해서 정해진 즉위식 날짜 입니다.
어제만해도 먹구름이 끼고 어두웠던 하늘에 선왕께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오늘의 날씨는 화창합니다. 구름 한 점이 없는 것이, 당신의 길을 방해할 그 무엇이 없음을 상징한다면서. 몇 명의 대신이 이야기를 건네오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주작의 가호를 받은 화(華)국. 그리고 당신이 즉위를 하는 날입니다.
 
:즉위식은 화려하지만. 그 절차는 보이는 것에 비해서 간단합니다.
왕이 제단을 올라선다. 그러면 하늘은 왕을 가호하고 수호할 주작을 강림시킨다.
그리고 그 왕이 죽을 때까지, 주작이 그를 수호한다.
주작은 새로운 역사와 마지막 역사를 함께하는 증거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백성이, 모든 대신이, 모든 궁인이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자, 나의 왕이시어.
당신 앞에는 금실이 수놓은 붉은 비단이 깔려져 있습니다.
 
:여러 악기가 어울려, 당신만을 위한 연주가 이어집니다.
붉은 비단 끝에는 화려하게 세워진 제단이 있습니다.
나아갈 시간입니다.
 
조윤:(참으로 길었다. 반정부터 세자빈 폐위, 그 뒤로 이어진 수많은 의혹과 의심까지 모든 것을 삼키고 이 자리에 서기까지 참으로 길었다. 이 길은 내게 억겁의 책임을 물릴 것이나, 그래도 좋다. 그것을 감당할 그릇이 되기 위해 오랜 세월 갈고 닦았으므로. 무엇에도 고개 숙이지 않고 단단하게 나아간다.)
 
:당신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웃음과 환호는 커집니다. 그것은 당신의 하나의 그림자와 옷 끝단이 되어서, 길어지고 또 길어지겠죠.
하지만 그것마저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당신이 제단 앞에 두 발을 딱 붙이고 멈춥니다.
하늘의 태양이 갈라지듯, 잠시 세상이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그 어둠 사이로 제단 위로 빛 기둥이 내려 옵니다.
그 광경을 보고 잇는 모두의 머리 속에선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이제 곧 주작이 강림하시여, 평화를 약속할 것이니!
그리고 제단 위의 불타는 화롯불이 검붉은 색으로 변할 때, 모두의 기대는 배신당하게 됩니다.
거대한 검은 그림자.
하늘에서는 검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깃털이 떨어집니다.
 
흑주작:(검은 빛을 품은 주작이 제단 앞에 내려앉으면, 그들을 위해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눈 앞에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닌 신의 증거.
패도의 길을 가리킨다고 전해지는 <흑주작> 입니다.
 
조윤:(검은 불꽃을 보고 일순 굳는다. 분명 붉디 붉어야할 오늘이 어째서 검게...)
 
핸드아웃 <흑주작>을 공개합니다.
흑주작은 조윤의 그런 생각도 모르는 채, 묻습니다.
 
흑주작:그대가 나의 왕인가?
 
조윤:(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신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죄악이니. 떨리는 손끝을 감추고 입을 연다.)
그렇사옵니다. 화국의 왕이 인사 올리옵니다.
(절차에 맞춰 예를 갖춘다.)
 
흑주작:(그의 눈은 모든 것을 보고 있었기에 떨리는 손마저 보지 못 한 것은 아니나.)
(묵인한다.)
(그가 자신에 대한 마땅한 에를 갖추자. 주작은 천천히 하늘을 향해 팔을 뻗습니다. 그리고 그 입이 다시 한 번 열리면. 아까와 다르게 천둥과 같은 소리가 울리듯, 모든 이의 귀에 이러한 말이 닿습니다.)
 
나 주작의 이름으로 선언하노라.
 
화국의 새로운 왕이 탄생하였음을.
그리 신력을 사용해 외쳐야만 하는 마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 제단 뒤의 한 명의 사람과 한 개의 신의 증거를 바라보고 있던...
백선, 대신, 궁인. 그들은 당황한 비명과 충격에 빠진 웅성거림으로 혼란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화창한 한낮의 즉위식이었습니다.
 
◈ 몇 달 뒤
즉위식을 치르고, 몇 달이 지났습니다.
흑주작이 강림을 했다는 것이 전국에 퍼졌다고 하지만. 그 위상 혹은 악명과 다르게 지금까지 별 탈이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제 겉으로는 왕과 주작 앞에서 겁에 질려 물건을 떨어트리거나 하는 궁인은 없으니까요.
당신은 그런 평온한 오전, 서가에서 과거 사료를 읽고 있습니다.
사료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모르는 내용도 있습니다.
 
흑주작:(독서에 심취한 왕을 바라보면서, 이쪽은 작은 하품을 하고 있고요.) 취미 한 번 고상하구나. 주기적으로 이 곳에 와서 몇 시진을 그깟 서책을 부여잡는 것에 쓰니 말이다.
 
조윤:(사료를 한 장 넘긴다. 팔랑거리는 소리가 어쩐지 무겁다.) 선대가 모든 생을 바쳐 얻은 지식입니다. 몇 시진으로 몇십, 몇백 년을 익히는 것인데 어찌 소홀히 하겠습니까.
(책에 박았던 고개를 들어 흑주작을 바라본다.) 혹 서책에는 흥미가 없으신 것입니까.
 
흑주작:(무심하게 그 시선을 마주친다.) 여전한 흥미를 가지기에는 긴 생이었으니까. 삶이 날 고루한 것으로 만든 것이지.
 
조윤:고루한 삶이라. 신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그저 놀랍습니다.(짧게 눈을 굴려 흑주작, 패도, 망국 따위의 단어를 다시 훑는다.)
두 번의 강림으로는 흥미를 가지기 힘드셨는지요.
 
흑주작:두 번의 강림이라. (그 고루한 것도 그러한 질문에는 흥미를 가지는 것인지. 인간처럼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발걸음에는 소리가 없으니. 그는 감히 인간의 형체만 빌린 신이었다.)
그 두 번이 모두 나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리고 그 두 번 모두를 내가 지켜보았으리라고?
 
조윤:신은 여럿이 아닌 유일이며 아주 긴 생을 산다고 알고 있사온데, 혹 아니거든 정정해주시지요. 모습 정도는 자유로이 바꾸는 것이 신 아닙니까.
 
흑주작:내가, 굳이? (그런 말을 하면서 가까이 다가온 주작이 손가락을 들어올니다. 그리고 그가 보고 있던 문장의 단어를 가리킨다.)
첫번째로 강림한 흑주작은 나또한 알지 못 하는 이지. 하자민 익히 들은 말은 있다. 그는 무척이나 선량하고 마음이 연약한 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손가락 위치가 변한다.)
그리고 두번째로 강림한 흑주작은 나도 알고 있는 이며.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그 누구보다 강하고 오래된 불꽃을 지닌 자라는 것이다. 그 힘만큼 성질도 거칠었으니. 왕이라는 한낱 인간을 우습게 보며 제 바람대로 돌풍을 휩쓸었는 지 모르지.
(그리고 손을 거두고, 자신의 왕을 바라본다.)
나의 왕이시어. 이제 의문이 좀 해소가 되였을지요?
 
조윤:예. 귀인의 지혜를 빌릴 수 있어 참으로 다행입니다.(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한다.) 모처럼 듣는 옛 이야기이니 한 가지 더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흑주작:나의 왕께서는 이 나마저 하나의 서책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드네만.... 좋네. 그대는 그 무엇도 아닌 나의 왕이지 않은가.
 
조윤:보통 화국에는... 이전 상국에도 주작께서 강림하셨습니다. 흑주작은 이렇게 기록에 남을 정도로 드문 일이온데, 어떠한 연유로 주작이 아닌 흑주작께서 강림하시는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흑주작:그것은 마치 이리 묻는 것 같구나. 내가 너를 수호하는 것이 큰 불만이라고 말이다.
(그리 묻는 질문이 아님을 알면서, 복잡하고 꼬아 들은 것처럼 군다.)
내 불꽃에 재가 묻어있다고 한들. 그것또한 불이지 않느냐?
그러니 네가 묻고자 하는 것은 복잡할지라도.
하고자 하는 답은 짧고 간결하구나. 왕과 함께하는 모든 불꽃은 왕을 위해 존재할 뿐이라고.
 
조윤:모든 불꽃은 왕을 위해 존재한다...(그 말을 곱씹듯 되뇌인다.)
이해했습니다. 지루하셨을텐데 기꺼이 지혜를 나누어주시어 망극할 따름입니다.(잠시 생각에 잠기나 싶더니 이내 서책을 덮는다.)
 
흑주작:(흔한 겸양의 말도 없이, 그 감사를 받는다. 신의 오만함이란!)
그래. 드디어 이 밖을 나갈 생각이 들었느냐? 지루하구나. 지루해. 차라리 네 앞에서 또한 내 앞에서 벌벌 떠는 그것을 보고 있는 게 재미있기라도 하지.
 
조윤:(얼마나 지루했으면 그 꼴이 재밌다고 하는 걸까. 제 앞에서 물건을 떨어트릴 만큼 두려움에 떠는 그 모습이. 제게는 반드시 패왕의 길로 빠지리라는 예언처럼 들려 불편하기만 했다.) 궁인들에게는 부디 자비를 베푸시옵소서. 그들의 심신이 남아나질 않겠습니다.
(손에 든 서책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이만 가시지요. 바깥 구경이라도 하면서 기분을 달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흑주작:몰라서 할 수 있는 말이로구나. 신의 눈과 신의 귀는 너희 인간의 것과 다른 법.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을 소리를 듣는다.
그 고얀 것들은 그리 떨어도 마땅하기만 하지.
(이러한 말을 하는 자체가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잠시 구기고. 바로 등을 돌려서 바깥으로 먼저 나간다.)
 
조윤:(불쾌해보이는 낯에 살짝 미간을 구겼다가 흑주작을 따라 밖으로 향한다. 심기를 많이 거스른 게 아니어야 할텐데.)
 
:두 사람이 밖으로 나서면 차가운 바람이 가장 먼저 맞아줍니다.
 
흑주작:바람이 불어구나. (손 한 번을 까닥하자. 윤의 몸에 따듯한 기운이 감돌게 감싸줍니다.)
어디로든 가자.
 
조윤:(따스한 기운이 몸을 감싸자 조심스레 옆에 선다. 가볍게 예를 지키는 손짓은 분명한 감사의 표시다.)
 
핸드아웃 <왕의 서>, <국사감>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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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이클
 
조윤:장면열기
두려움에 숨소리마저 죽인 고요함이 감돌고 있다.
등장인물 : 전원
※ 전투 장면일 시 장면표는 생략 합니다.
(사람은 오가는데 걸음이며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궁인이 전부 귀신이 된 것은 아니니 우리가 귀신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겠지. 들키면 해를 입을 것처럼. 익숙하고 무거운 적막을 애써 뚫고 걸음을 옮긴다.)
귀인께서는 혹 조용한 것을 좋아하시는지요.
 
흑주작:………. 오히려 싫어하지. 난 시끄러운 것이 좋아. 정신이 나갈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이 있어야만 잠이 들 수 있을 정도지. 혹여 신에게도 잠이 필요하냐 묻는다면, 인간과 달리,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네가 잠이 들어도 눈을 뜨고 문 앞을 지킬 수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의 바로 옆에 선 채, 걸음을 맞추며 말한다.)
 
조윤:(나란히 걸음을 맞추어 걷는다. 당장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흑주작 뿐이어서, 저 역시 당신이 두렵다 해도 말동무라고는 당신뿐이라서.)
허면 많이 섭섭하시겠습니다. 이 궁에 음악은 커녕 사람 말소리도 없이 조용하기 짝이 없지 않습니까.
소리라고는 제 걸음과 귀인의 말 뿐이니, 단잠을 주무신지도 오래 되셨을 것이고.
싫어하는 곳에서 소리 없는 왕과 함께하시는 것이 불편하시지는 않은지 걱정입니다.
 
흑주작:내가 이곳을 싫어하고, 조용한 것을 싫어한다고 한들.
(그리 말하며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시선 끝에는 두 사람 모르게 조용한 발걸음으로 이동하는 궁녀 한 명이 있었다.)
소리 없는 왕을 불편하게 여길 이유는 되지 못 하지.
이곳이 싫은 이유는 조용하되 시끄러워서이고.
조용한 것이 싫은 건...
떠오르는 이가 있어서 그런 것이니 말이다.
 
조윤:떠오르는 이라 함은, 다른 신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시선 끝에 걸친 궁녀에게서 금방 시선을 거둔다. 바라본들 공포만 될 뿐이라.)
 
흑주작:그래. 나와는 다른 신 말이다.
그이는 (그 궁녀에게 시선을 거둔다. 이미 저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이기도 해서.) 참 나와 다르기에 조용한 걸 좋아했거든.
(그리고 걷는다.)
 
조윤:고요하신 분이었나봅니다. 그 분이 여길 보셨다면 편히 여기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조용한 곳이니 말입니다.
귀인께서 그리 떠올릴만큼 정이 깊은 분이니, 그분께서도 어쩌면 여길 보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평화롭게, 조용하게, 그리고 무심하게. 가볍지 않으나 국사를 논할 때처럼 무겁지 않게. 제 옆에서 걷는 흑주작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신의 눈꺼풀 아래 푸르게 진 그늘을 붉은 눈에 담는다.)
 
그늘 판정
 
조윤:
조윤 ROLL 그늘
6
목표치: 5
 
판정 성공
 
조 윤에게 <흑주작>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흑주작:참으로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구나. ..., 듣기에만 좋은 소리야. 그이는 이곳을 바라보지 못 해. 내가 그러지 못 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게 어떤 방식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표정으로 의미를 생각해내기는 어렵지 않다. 죽음이었다.)
나는 그래서 나는 너또한 그리 되지 않으면 좋겠구나.
 
조윤:
조윤 ROLL 죽음
7
목표치: 9
 
판정 실패. 광기 카드를 한 장 가져갑시다.
 
조윤:(당신의 표정이 명확했으므로 그 신의 말로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섣불리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잠시 말문이 막혀 잠자코 걷기만 한다. 어쩌면 자신도 왕으로서...)
...염려 마시지요. 소인이 신은 아니오나, 풍파에 쉬이 꺾일만큼 곱게 살지는 않았습니다.
하오니 심려를 덜어내시고 재를 털어내시옵소서.
(그리 말하고 고개를 돌린다. 심기를 거스르면 저 또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신이 자신의 편이라는 안도감, 왕으로서 지녀야 할 의무감 따위가 뒤섞여 속이 답답하게 막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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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이클
 
조윤:장면열기
연(沇)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장계가 올라온다.
등장인물 : 전원
※ 전투 장면일 시 장면표는 생략 합니다.
(국사감으로 향하던 길. 지나가던 대신이 두루마리를 떨어트리고 만다. 겁에 질려 머리를 조아리는 이를 한마디 말로 달랜다. 괜찮다. 고개 들거라. 발치를 구르는 두루마리를 들어보니 연국의 움직임을 보고하는 장계라. 그것을 훑는 눈 사이로 얕은 주름이 진다.)
 
흑주작:(자신의 왕이 징계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걸 보면. 대신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는 흑주작이 있었다.)
 
대신:(대신은 덜덜 떨면서 그 시선을 감당한다. 한편, 왕에게 말을 하기를.) 곧, 곧장 장계를 올리려 했습니다! 절대, 결단코, 왕이 아닌 자에게 보고하려던 것이 아니옵니다!
 
조윤:알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그런 식으로 짐을 능멸하려는 자가... 궁 안에 어디 있겠느냐.
 
흑주작:...왜 없다고 생각하는 지 모르겠군.
(조용히 있으려고 해도, 있을 수 없다고. 결국은 그 한 마디를 내뱉는다.)
 
대신:(대신은 그 누구에게도 대답하지 못 하고. 침묵을 선택합니다.)
 
조윤:섣부른 의심은 좋지 않습니다. 노기를 거두시지요.(흑주작을 슬 바라본다. 정말 없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표면적으로라도 믿는다고 말해야 평화가 유지된다는 것을 알기에.)
 
흑주작:(그 말에 사납게 눈총을 쏘던 것을 멈춘다.) 왕에게 충신을 맹세하고 떠나라.
 
대신:(이 전의 압박보다 이해하기 쉬운 요구입니다. 대신은 그 말에 왕을 칭송하는 긴 말을 왕에게 바친 후, 물러날 수 있기를 청합니다.)
 
조윤:(와닿지 않는 칭송을 감상한 후 짧게 손짓한다.) 이만 물러가거라. 다음에는 실수하지 않길 바라지.
 
대신:(가능한 소리 없이 일어나, 숙인 고개를 들어올리지 않고. 뒷걸음질로 사라지는 대신입니다.)
 
조윤:(대신이 물러가자 노기가 조금 가신듯한 흑주작을 바라본다.) 신하의 사사로운 실수입니다. 괘념치 마시지요, 무시당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흑주작:그대는 너무 유하다. 그런 유함은 세자 시절에나 통할 뿐이지. 네게 필요한 것은 그대를 따르지 않는 자마저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이라는 걸, 왜 모르는 척 외면하지?
 
조윤:외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힘과 공포는 반드시 반발을 삽니다. 역사 속 수많은 왕은 물론이오, 반정 이전에 있었던 왕까지 몸소 그걸 보여주었으니 어찌 힘을 쫓겠습니까.
왕이 들어야 할 칼은 피가 아닌 먹을 묻혀야 하고, 사람이 아닌 환난을 베어야 합니다. 왕이란 자리가 그렇습니다.
하여 책임이 무거우니, 부담되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요. 허나 이 자리를 내려놓을 생각 또한 없으니 최선을 고를 뿐입니다.
(그리 말하며 국사감으로 향한다. 왕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어깨와 가슴에 수놓인 주작은 이다지도 무겁다. 인내란 이럴 때 필요한 소양이다. 평생 그리 해왔듯 무거운 마음을 안고 안으로 들어선다.)
 
인내 판정
 
조윤:
조윤 ROLL 인내
6
목표치: 5
 
조 윤에게 <국사감>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나의 왕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순간입니다.
 
대신:"그러보니 그 이야기를 들었소?"
"무슨 이야기 말이오?"
"모르시오? 모르면 됐고..."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사람 듣지 않으면 곤란하게 말하시오!"
그리고 이어지는 웃음 소리. 그리고 그와 상반된 고요한 목소리.
"무슨 이야기냐면 말일세..."
 
:그리고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너머에서 오갔습니다.
 
조윤:(어마마마의 집안에 숨겨진 핏줄이 있다... 썩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여러모로 입지가 불안한 자신과 달리 반정을 성공시킨 집안의 핏줄만 탔을테니.)
(하지만 그게 당장 나의 왕위를 찬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느릿하게 숨을 내쉬고 익숙한 답답함 속으로 들어선다.)
 
:덜컥.
말이 많던 대신이 한 순간에 조용해집니다.
모두가 눈치를 보다가. 가장 높은 관직을 가진을 가진 자가 그를 반기는 인사를 합니다.
 
대신:드높은 태양을 뵙습니다.
 
:그에 맞춰서 눈치만 보던 이들도 하나둘 인사를 올립니다.
 
흑주작:(그리고 그 사이에서 흑주작은 노기가 가득한 눈으로, 아니 손으로, 아니 그 안의 불로. 그들을 태우고 싶어하는 듯 굽니다.)
 
조윤:(그런 흑주작을 보고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한 손을 뻗는다. 큰 손이 흑주작의 손을 살짝 덮듯이 막는다.)
 
흑주작:(손바닥 위로 그 손이 내려앉으면. 노기가 어린 시선이 그에게로 향한다. 그 눈이 하는 바는 뻔하다. 대체 왜 말라니는 말이었다.)
 
조윤:(소리를 낮춘들 이 조용한 곳에 다 울릴 터이니, 손등을 덮은 손가락을 살짝 까딱인다. 손끝이 형태를 띠고 손등을 간지럽힌다. 한자 몇 글자가 순식간에 먹 없이 쓰인다. 해석하자면, 섣불리 사람을 죽이지 말라.)
(이내 손을 거두고 대신들을 본다.)
 
대신:(대신은 그런 왕 앞에서 자신들이 나눈 말을 모르는 척, 웃고 있습니다.)
 
조윤:국사를 논하는 자리가 이리 조용할 줄이야. 내 잠시 들른 것 뿐이니 마저 이야기 나누시게.
내 궐에서 40년을 넘게 있었지만 그대들 목소리가 담을 넘는 건 처음 듣는 것 같더군. 의욕이 넘치는 것 같으니 이번에 올라오는 안건은 기대해도 되겠지?
 
대신:(선왕 시절에도 충신으로서 역임해오며, 현재 자리까지에 온 '대희' 대신이 말을 합니다.)
 
대희:이제 곧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지 않습니까? 가장 추운 계절, 백성에게 고비의 계절이 되지 않게 하라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각지에 맞는 마땅한 방법을 논의하여, 좋은 방안을 가져다 올리겠사옵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폐하.
 
조윤:그대가 그리 말하니 안심이 되는군. 짐은 이만 가볼 터이니 국사에 힘써주게.
(그리 말하고는 자리를 뜬다. 자신이 국정을 논할 곳은 국사감이 아니라 어전이므로.)
img
조윤
감정표
우정(플러스) / 분노(마이너스)
 
흑주작:
흑주작
감정표
공감(플러스) / 불신(마이너스)
 
마스터
 
◈ 징조
하늘의 구름이 가득한 날. 조 윤에게 한 명의 전령이 찾아옵니다.
전령은 땀과 먼지에 젖은 채, 손에 들린 문서 하나를 조 윤에게 바칩니다.
 
전령:폐하! 위급한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동쪽에 위치한 연국에서, 전쟁을 선포하고 군대를 이끌고 전진하고 있습니다!
 
:연국의 움직임이 심상찮지 않다는 소식을 접한 지, 며칠이나 지났던가요. 결국은 마음에 염두하고 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조윤:뭐라, 연국이?(장계를 읽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소식이 들려오는가. 드물게 놀란 낯이다.)
 
:연국.
화국의 이웃국가이며.매년 조공을 바치며, 연명을 하던 나라입니다. 조공을 바쳐야만 하기 때문에 좋은 형편의 나라는 아닌데.
어떻게 힘을 순식간에 모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폐하, 당신은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연국과의 전쟁을 직접 나설 것인지. 아니면 군대만 보내고 전생의 결과를 기다릴 것인지.
※ 메타적으로 전투는 PL이 직접하게 됩니다!
 
조윤:(직접 나서자니 목숨이 위험하고, 군대만 보내려니 보고를 받는 데 시간이 걸린다. 화국의 군대는 결코 만만치 아니하나, 연국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짧고도 긴 침묵이 목을 조른다.)
(익숙하다 못해 무감각한 압박감을 삼킨다. 평정을 가장한 채 눈앞의 이들에게 이르기를.)
화국의 군은 지금 당장 출정을 준비하라. 연국과 맞서되, 이상이 있으면 즉시 보고토록 하라. 내정을 비울 수는 없으니 짐은 이곳에 남겠다.
 
:전령은 고개를 숙였고. 그 말을 듣고 있던 이들 몇 명이 무관에게 어명을 전하겠다며 뒷걸음질로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급하게 조직된 화의 군대는 국경 지대로 향합니다.
연국과의 전쟁입니다.
 
전투열기
PC는 화의 군대가 되어서 전투를 합니다. 전투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조 윤의 데이터를 이용합니다!
화의 군대는 연의 군대(1)과 연의 군대(2)와 마주칩니다.
 
:플롯을 보내주세요.
 
연의 군대:
rolling 1d6
(
2
)
 
=
2
rolling 1d6
(
6
)
 
=
6
 
플롯을 공개합니다.
 
1 라운드
 
《연의 군대》의 행동 차례
 
연의 군대:연의 군대의 사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어머니, 나의 자식을 위하여!" 라는 문구를 외치며, 싸웁니다.
연의 군대 ROLL 기본공격(공격)
12
지정특기: 파괴
목표치: 5
목표 1명을 선택해서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1D6점 대미지.
 
조윤:
조윤 ROLL 2D6
9
 
:연의 군대가 그 사기로 덤비나. 평소에 잘 정비가 된 화국의 군대를 이길 수 있지 않습니다. 연의 군대는... 군인이 아닌 백성으로 조직된 모양입니다.
 
《조윤》의 행동 차례
 
조윤:(군인조차 아닌 자들을 이 시기에 동원한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지금은 한창 보리를 키우고 있어야 할 자들이 아닌가. 차디찬 전장으로 내보낸 연국의 왕에게, 전해지지 않을 말을 건넨다. 어찌하여 모두를 사지로 내모시오.)
(허나 이런 탄식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한 나라의 왕으로서, 제 나라의 군대가 숙지했을 병법들을 잘 이용하길 바랄 뿐이다.)
(왕의 심정을 읽기라도 한듯 화국의 군대는 드넓은 하늘에 외친다. 태양이 우리를 보고 계신다!)
(군이 향하는 곳은 방금 자신들에게 선공을 한 연의 군대다.)
조윤 ROLL 기본공격(공격)
7
지정특기: 구타
목표치: 5
목표 1명을 선택해서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1D6점 대미지.
 
연의 군대:
연의 군대 ROLL 2D6
6
(거침없이 나아갔던 발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발은 지금 뒤로 후퇴하기에 바뻤다. 만약 후퇴하지 못 한 발이 있다면, 그것은 화국의 병사가 쥔 날카로운 무기에 찔려 움직이지 못 하게 된 발이었다.)
 
조윤:4
 
:연국의 진영 한 곳이 무너집니다. 조 윤에게도 화국이 승기를 잡았다는 보고가 올라갈 것입니다.
 
《연의 군대》의 행동 차례
 
연의 군대:(그러나 우리는 아직 패한 것이 아니기에.)
연의 군대 ROLL 기본공격(공격)
3
지정특기: 파괴
목표치: 5
목표 1명을 선택해서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1D6점 대미지.
 
2 라운드
 
《조윤》의 행동 차례
 
조윤:(승기를 잡았다는 보고를 듣고도 왕은 긴장을 놓지 않는다. 일평생 품어온 그것은 이제 본능에 가까웠으므로. 승기를 놓치지 말고 계속 전진하라 이른다.)
(화국의 군대는 연의 군대를 향해 외친다. 태양이 우리와 함께할지니! 무기 끝에 햇빛이 고여 눈을 찌른다.)
조윤 ROLL 기본공격(공격)
5
지정특기: 구타
목표치: 5
목표 1명을 선택해서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1D6점 대미지.
 
연의 군대:
연의 군대 ROLL 2D6
8
(최후의 발악이라는 것을. 그들도 아는 걸까요? 비어버린 아군의 수 만큼 함정을 파며,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 하도록 노력합니다.)
 
《연의 군대》의 행동 차례
 
연의 군대:
연의 군대 ROLL 전장이동(서포트)
4
지정특기:
지원행동. 이 어빌리티를 사용하면 전투에 참가한 캐릭터 전원은 다음 라운드의 「라운드 시작」에 플롯을 한다.
(그들의 사령부는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편성을 조금 바꿔, 이 고난을 해결해보자고.)
 
3 라운드
 
전장이동으로 플롯을 재 배치 합니다.
 
플롯을 보내주세요!
 
플롯을 공개합니다
버팅 발생. 속도 3에 위치한 캐릭터는 생명력을 1 차감합니다.
 
조윤:
조윤 ROLL 불행 중 다행(서포트)
6
지정특기:
당신이 펌블을 발생시켰을 때나 누군가와 버팅을 했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원하는 아이템 1개를 획득한다.
 
:어떤 아이템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조윤:(보고가 올라오기를, 연의 군대와 마주쳐 해를 입었으나 그들의 식량 창고를 점거했다 한다. 진통제 가져갑니다.)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연의 군대:(새벽의 습격이 있었다. 최후의 전투였다. 두 군대는 서로 격렬하게 싸웠으며.)
(결과는 연의 군대의 패배였다.)
 
승자: 화국의 군대
 
전과는 따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전투 승리 보상으로 전투 한정 판정 주사위 값 +1이 수정됩니다.
 
전투닫기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보고가 올라가고.
전쟁을 건 연국은 화국의 속국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들은 패전국의 전례에 따라서, 화국으로 왕녀 한 명을 볼모로 보냅니다.
 
:그것이 유화 입니다.
 
핸드아웃 <유화>를 공개합니다.
한편 화국은 전쟁에 승리했다고 하지만 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고 맙니다.
오랜 세월, 그 누구도 화국에게 반기를 든 역사가 없습니다.
허나 새로운 왕이 즉위하고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전쟁이 일어나다니.
사람들은 불길한 기운이 화국을 침식하기 시작했다며 떠듭니다.
 
핸드아웃 <저잣거리>, <노파>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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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이클
 
조윤:광기 현재화
 
-
 
《조윤》의
 
【불길한 숫자】
 
-
내용에 충족하는 캐릭터가 조 윤 뿐이므로. 대미지 2점을 받습니다.
 
조윤:(전쟁, 까다로워진 내정, 흉흉한 민심. 이 모든 것들이 온종일 왕을 짓누른다. 제아무리 압박에 익숙한들 한계는 있는 법. 잠을설치고 수라를 제대로 들지 못하니 금세 옥체가 상했다고, 대신들이 입을 모은다.)
(하여 옥체를 보존하고자 체질에 맞는 탕약을 지어 올리니, 왕은 말없이 그것을 들이켰다.)
img
img
 
:생명력 회복 확인 합니다. 아프지 마시와요, 나의 왕이셔.
 
조윤:(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라. 한동안 입에 남은 쓴맛이 가시고서야 왕은 걸음을 옮긴다.)
장면열기
두려움에 숨소리마저 죽인 고요함이 감돌고 있다.
등장인물 : 전원
※ 전투 장면일 시 장면표는 생략 합니다.
(궁궐은 여전히 고요하다. 조용한 게 싫지는 않지만 이 적막이 소음에 민감한 자신을 위해 만든 환경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그야 왕은 지금 왕이 아닌 선비의 복장이었으므로 얼핏 본다면 궁인들도 눈치채지 못할테니.)
 
조윤:(항상 옆을 따라다녔던, 시끄러운 게 좋다던 누군가가 들어간 곳을 바라본다. 문 너머에 있으니 보이지는 않을테다.) 채비는 다 되셨습니까.
 
흑주작:(무슨 해괴한 짓을 하려고 그런 옷을 구해달라 한 것이냐? 어디 향할 곳이 있습니다. ...귀인께서도. 단출한 옷으로 갈아 입는 것이 좋겠습니다.)
(의도는 알 수 없었으나. 나의 왕이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거기에 따라주는 것이 맞는 법. 흑주작의 눈에는 추레하기 짝이 없는 의복을 입고, 그 문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대답한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마무리가 남았으니.
(방의 거울을 한참 바라보다가. 제 머리를 항상 틀어 올려주던 화려한 비녀 한 개 마저 뽑아낸다. 머리카락이 한 번에 흘러 넘친다. 그리고 조 윤이 주었던 투박한 장신구로 머리를 정리했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나오길.)
이제 어딜 가려는 것인지 알려줄 생각이 있나?
 
조윤:(묘하게 낯설어보이는 흑주작에게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한껏 치장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비교적 소박한 차림이다. 두 사람 모두.)
예, 저잣거리로 나가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직접 보고자 합니다. 온갖 소리로 가득한 곳이니 마음에 드실 겁니다.
가시지요. 둘러볼 곳이 많습니다.(그리 말하며 찬찬히 걸음을 옮긴다. 선비들이 흔히 쓰는 감투와 갓, 가라앉은 푸른빛의 도포 따위가 걸음에 맞추어 흐린 상을 남긴다.)
 
흑주작:(늘 그러듯. 그와 걸음을 딱 맞춰서 바로 옆을 걷는다. 조 윤과 똑같은 푸른 겉감을 쓴 치마가 부딪히며 사박사박 소리를 낸다.)
오늘 하루는... ...
그래.
지루할 틈이 없이 바쁘겠구나.
(아주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두 사람은 궐 밖으로 향합니다.)
 
조윤:(희미한 웃음에 두었던 시선을 곧 거둔다. 저리 웃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가, 오랜만이었던가. 안개 낀듯 희미한 머릿속을 헤집으며 저잣거리의 그늘을 걷는다.)
 
그늘 판정
 
조윤:
조윤 ROLL 그늘
11
목표치: 5
 
:민심과 별개로. 화국은 부유를 간직한 나라임이 틀림 없었습니다. 시선을 끌어 모으기 위한 장사치들의 외침. 그 외침에 붙잡히는 사람. 그런 이를 나무라며 갈 길을 재촉하는 이.
다양한 이가 이 곳에 모여있습니다.
이 곳이 화국이 태양이라면.
태양이 비추지 않는 그림자도 있는 법.
 
조 윤에게 저잣거리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조윤:
조윤 ROLL 매장
8
목표치: 9
 
:판정 실패. 광기 카드 한 장을 가져갑시다.
 
조윤:(소란스런 평화의 순간도 잠시. 귀를 긁어대는 불길한 이야기에 숨을 죽인다. 칼날같은 위기감이 뒷목을 타고 기어오른다.)
(등 뒤에서는 장사치들과 백성들의 활기찬 소리가 가득한데, 그늘 속에는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가 차오른다. 좋게 넘어가는 데에도 정도가 있지, 반란은 중죄 중의 중죄이니.)
(자리에서 두 걸음 물러선다. 뒤를 돌아 허공에 눈짓한다. 남몰래 자신을 따라왔을 제 호위들도 슬슬 사정을 알 것이다. 행인 차림을 한 몇몇과 눈이 마주친다. 굳게 다물렸던 입이 단호히 열린다.)
안에 있는 자들을 전부 잡아들여라. 감히 역모를 꾀한 죄, 이 나라의 법으로 다스리겠다.(결과적으로는 사형이 될 것이나, 당분간 감옥에 들어간 채 목숨은 붙어있으리라.)
 
흑주작:(나의 왕의 명에 행인 차림을 한 이들이 움직인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흑주작도 움직였다. 어떤 옷을 입었다고 한들. 왕의 옆을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 뿐이기에. 대신들은 흑주작을 바로 알아봤다.)
그럴 필요 없다네. 하늘의 법이 이들을 재로 만들 수 있으니 말이야.
잡아들이는 게 아니라 죽여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손날을 세우자. 그 끝에 작은 불꽃이 일어났다.)
 
조윤:때가 되면 죽을 것입니다. 무엇이든 좋은 시기가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작은 불꽃을 가리듯 한 손을 뻗는다.)
옳은 일이라도 순서를 그르치면 해가 됩니다. 혹 의금부가 걱정이시거든, 그곳의 일은 훤히 꿰고 있으니 걱정 마시지요.
(사실은 즉결처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사람의 입은 믿을 것이 못 된다. 역모를 꾸며 참수했다 한들 남의 눈에는 누명과 횡포로 비치리라. 그런 핏줄이니까.)
(그러니 더더욱 순서를 지켜야 한다. 민심을 위해, 나라를 위해, 나를 위해.)
 
흑주작:(그가 뻗어 가르는 손에 불꽃은 사그라든다. 얼굴에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음이 가득하지만. 자신은 이미 그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 지 오래다.)
무려 대신이다. 반란을 꾸미는 이가 더 없으리라 장담할 수 없지. 충고하건데. 후회할 것이다. 우두머리가 없어졌다고, 따르는 이들이 쉽게 와해되지 않을 것이니.
 
:흑주작이 그렇게 말하는 사이.
왕의 친위부대가 움직여서 대신을 포함한 몇 명을 잡아갑니다.
대신은 지나가며, 조 윤에게 이리 말합니다.
나는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 그런 것이야! 흑주작과 함께하는 왕은, 이 나라를 멸망으로 몰아갈 것이니까!
다행히 친위부대가 그 자의 입을 바로 막았습니다.
하지만 내뱉어진 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흑주작, 멸망.
즉위식의 일이 사람들 기억 속에 잊히기에는 당장 어제의 일 같기만 합니다.
 
조윤:(그 말에 잠시 정색했다가 곧 코웃음친다.) 맹랑하구나.
(대신들을 끌고가는 이에게 한 마디 더 이른다.) 방금 말한 그 놈은 특히 더 엄히 다스리도록 하라. 왕을 모욕한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직접 겪게 해야 할 것이야.
(말을 마치고 호위들을 궁으로 보낸다. 분노와 한 따위가 섞인 낯이 아랫입술 한 번 깨무는 것으로 낮게 가라앉는다. 제는 분노는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삭이는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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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사이클
 
조윤:장면열기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불길한 느낌이 스쳐 지나간다.
등장인물 : 전원
※ 전투 장면일 시 장면표는 생략 합니다.
(오랫동안 삭인 분노가 심장에 고여 터진다. 갈 곳 없는 불기운이 홧홧하게 몸을 달군다. 불길하고 두렵고 한몸같은 이 감정을 어찌 다스려야 살 수 있단 말인가?)
...흑주작.
 
조윤:내가 그리 못난 왕입니까?
(상대는 보지 않은 채 허공에 읊조리듯 묻는다.)
나는 내가 잘 압니다. 난 대비마마같은 성군이 될 그릇은 못 됩니다. 허나 무의미한 피만은 보지 않겠다 맹세하여 평생 할 말 묻어두고 옳은 길만을 쫓았습니다.
훌륭한 왕은 되지 못하더라도 나쁘지 않은 왕으로 남고 싶었는데.
이러다가 내가 그들의 말대로 피로 물든 길을 걷는 것은 아닐지... 나의 노력이 전부 무의미했고, 그들의 말이 예언이었던 것은 아닐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조윤:(그리 말하는 낯은 눈에 띄게 가라앉아 어둡기만 하다.)
 
흑주작:(그래.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삶과 관계를 가지며 살아왔든. 나는 이 자의 영혼이 어떤 색인지를 알고 있었다.)
(가늘고 긴 손이 옷소매에서 튀어나온다. 그 손은 당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흘러내리듯 손이 피부를 따라 내려간다. 그렇게 멈춘 곳이 당신의 어깨 위였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대를 수호하기 위해서 하늘에서 내려온 자라고. 인간이 아닌 신으로 말이야.
당신에게는 그렇게 말하던 내 말이 허풍으로 뿐이 들리지 않았나 봐.
이리도 약한 소리를 하다니 말일세.
그렇다면 맹약이라도 할까?
 
흑주작:신의 이름을 걸고서.
 
조윤:(가늘고 부드러운 손이 뺨을 쓸어내린다. 어깨를 덮은 이야기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확고한 내 편이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와닿는다. 아주 오랜만에 조금 따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처음부터 위태로웠을 시작이 온전히 낙인찍힌 게 언제던가. 붉은 불꽃이 검게 물든 날이 아니었나. 흑주작이 내려온 순간부터 나의 미래는 피와 패도로 물들 것이라 모두가 믿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를 패왕으로 비치게 한 흑주작을 원망해야 하는가, 아니면 날 위로하는 유일한 수호신에게 기대야 하는가.)
그리 무거운 말씀 마시지요. 그 약속은 즉위식과 다름없는 것이 아닙니까. 기댈 곳을 내어주시려는 마음만 달게 받겠습니다.
허니 신의 이름은 고이 간직하소서. 감히 아뢰옵건대, 이름은 많은 것을 바꾸고 앗아가옵니다.(왕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고한다. 옛 이름을 잊으며 자신도 모르는, 모를 것들을 포기한 한낱 인간조차 이럴진대 신은 얼마나 많은 것을 잃겠는가.)
(그렇게 한 걸음 물러난다. 어깨의 손을 내려놓으려는 듯이.)
이대로,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 내어주시지 않아도 괜찮으니... 가끔 이야기만 들어주시지요. 그거면 됩니다.
 
조윤:(의지하는 것은 달콤하나, 그랬다가 자신을 다잡았던 의지가 끊길까 두렵다. 하여 물러난다. 원망도 의지도 하지 못한 채.)
 
흑주작:(손을 거두기 위한 한 걸음이다. 멀어지는 거리. 그것을 보면서 자신은 붙잡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왜 괜찮다고만 하는 것이냐? 왜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혼자 정하는 것이야? 나의 왕이여. 내가 봐 온 당신은 괜찮은 것 하나 없고, 충만한 것도 하나 없는데!
왜 너 혼자 선을 그어서, 보는 이를 아프게 하는 것이야? 진정한 나를 보고, 판단을 하라며. 애써 한 노력에 대한 보답을 달라고. 윽박 지르고, 갈취하고!
그렇게... 널 위한 걸 얻어. 그런 것을 얻기 위해서.
날 이용해.
(본성이 이렇다. 충동에 약했다. 나는 조 윤의 양 손으로 붙잡았다. 네가 뒤로 간 한 걸음을,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것으로 상쇄한다.)
 
흑주작:나는 내 운명을 바꾸고자 강림한 것이다.
이미 대가를 치르는 각오따위. 네가 보지 않는 그 사이에 다 한 지 오래란 말이다.
너의 평온한 안위, 그 하나를 위해서. 나는 내 모든 것을 태웠어.
진정한 사랑에 진정한 대가를 요구한다면. 나는 바칠 준비가 되어있단 말이야!
나, 혜경은 신으로서 존재를 걸고 맹약하건데. 너의 모든 것이 무의미가 되지 않도록, 너를 지키겠다.
(잠시 손을 땐다. 손가락을 입에 가져댔다. 나는 손가락을 물어 뜯어, 붉은 피를 세상에 내어보였다. 그리고 네 이마에 그 피를 가져대 댔다.)
 
흑주작:맹약해.
나에게.
 
조윤:(가느다란 손에 잡힌 손끝이 열기에 움찔거린다. 당신이 다가오는 한 걸음에서 불티가 튀는 듯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대가로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 눈 앞의 신은 그 방식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태웠다거나 바칠 준비가 되었다는 말은 곧 나의 대가를 당신이 치렀고, 치르겠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평생 처음이었다. 절실한 확신이 오롯이 나를 향하는 순간은. 그러니 신의 혈이 화기를 머금고 이마에 닿을 때 눈시울이 그 빛을 따라 물든 것은 그 뜨겁고 낯선 감각이 아파서일지도 모른다. 고통스러운 자는 끝내 억눌렀던 비명을 지른다. 여태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아 잦아든,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 조윤은 나의 이름을 걸고 맹약하건대.
귀인의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대의 대가는 이 이상 무거워지지 않을 것이며.
나의 처절함이 그대를 그대 아닌 무언가로 변질시키지 않을 것이고.
나의 소망을 이유로 그대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임을.
 
조윤:(당신이 내밀지 않은 다른 손을 조심스레 잡는다. 가느다란 날개깃 다섯 자락을 끌어당겨 입 맞추듯 고개를 숙인다. 당신의 손이 제 이마와 콧잔등을 간지럽힐듯이.)
천지를 다스리는 태양 아래 약속합니다.
 
흑주작:(현신으로 인간계에 내려온 신의 증거. 그러나 그 사실만이 인간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러기에 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너와 발을 맞춰서 걸었고, 너보다 더 높은 곳에 서 있지 않으려고, 아주 많은 신경을 썼다.)
(그리고 내 눈 앞에는 고개를 숙인 네가 보인다. 인간들의 최고라는 남자가 이렇게 고개를 숙여도 되느냐? 그런 생각이 머리에 감돌았지만.)
(나는 맴도는 생각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런 말을 하기에 적절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누가 듣더라도. 멋적어서 분위기를 흐리려는 게 티가 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주변의 변화에 기민한 네가 분명 알아차릴 것이었다.)
(내가 널 정말로.)
받아들이마. 그 모든 약속 말이다.
말 뿐만이 아닌 이 맹약은 네 몸과 내 몸에 증거로 세겨질지어니.
 
흑주작:(조 윤이 입술을 땐다. 그 자리에는 붉은 매화가 작게 피어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혜경이 조 윤의 손을 잡기를. 그 손등을 가볍게 한 번 쓸자. 혜경의 손등에서 본 붉은 매화가 그의 손등에도 피어나 있었다.)
내가 죽지 않는 한, 영원한 맹약이 이 곳에서 이루어졌구나.
 
조윤:(나란히 핀 붉은 매화를 손에 품고 고개를 든다. 기대지 않겠다 물러났던 자신은 여전히 이곳에 있다. 그럼에도 맹약을 새겼다. 한 번 정도는 소망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기에. 그대의 대가가 무거워지지 않으리라 말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약속한다. 제게 이것은 고개를 숙여 마땅한 기적이다. 귀하고 화려한 것들은 커녕 간소하고 어두운 곳. 이런 곳에서 맹약이 피어난다. 검붉게, 그러나 아름답게.)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좋은 곳으로 모실 걸 그랬습니다.
(그리고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흑주작:내가 아쉽게도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라. 나또한 이럴 줄 알았더라면 더 좋은 옷을 입고 올 걸 싶구나. 지금의 나는 너무 무게가 없고 추레하거든.
(혜경은 이젠 이 자리의 어색함을 참을 수 없는 것인지. 먼저 반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 몸을 빙그그 돌리곤, 그런 자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윤:귀인께서는 늘 귀한 몸이시라는 것을 잊으시는 모양입니다. 몇 겹 옷자락 따위가 귀인의 자태에 영향이 있겠습니까.
허나... 다음에는 좀 더 좋은 것으로 준비하라 이르겠습니다.
(빙그르 도는 모습을 바라보다 느릿하게 걸음을 옮긴다. 이 공기를 속에 더 채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계속 이러고 있는 것도 어색하다는 생각이 문득 올라왔기에.)
(푸른 도포가 파도처럼 땅 위에 나부낀다. 어두운 그늘 밑에서 햇빛이 고개를 내민 자리로. 당신을 기다리듯 가만히 바라본다.)
 
흑주작:(펄럭거리던 치마가 차분해진 지 오래.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본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겹쳐진다. 자신을 이렇게 바라보던 한 신에 관한 기억이다. 혜경은 여전히 소리 없는 걸음으로, 그 옆에 섰다.)
그래도 당신이 준 거라면 다 좋아.
(이건, 기억 속의 과거와 네가 있는 현재 모두에게 고하는 말이었다.)
 
조윤:(나란히 걷는 사람이 여태 드물었다. 하여 이런 이야기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새삼스럽게 고민하다가 시선을 거둔다.)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짧은 대답과 함께 걸음을 재촉한다. 옆에 선 당신과 양지로 나선다.)
(햇살이 유독, 눈부시다.)
(다시 활기찬 거리로 나선다. 조윤이 아닌 선비로서 다니는 거리는 이다지도 평화롭다. 옆에는 내가 믿고자 하는 이가 함께 있고, 하늘은 화창하게 빛난다.)
 
조윤:(꿈같이 붕 뜬 기분에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뜬다. 문득 시선을 돌리자 구석진 곳에 자리한 노파가 시야에 걸쳐진다.)
 
노파:(길에 앉아서, 혼자 점을 본다.)
 
조윤:(앞선 손님이 자리를 뜨면, 그늘 속 노파에게 다가간다.)
 
그늘 판정
 
조윤:
조윤 ROLL 그늘
6
목표치: 5
 
조 윤에게 <노파>의 비밀이 공개됩니다.
 
노파:(노인은 조 윤이 먼저 말을 걸기도 전에 말합니다.)
댁께선, 이 길거리의 늙은이를 찾아올 분이 아니시지 않나?
 
조윤:그리 보이오? 나는 그저 지나가던 길이오만.(아무리 보아도 왕의 행색은 아니기에. 부러 시치미를 떼고 말하나 눈으로는 계속해보라는 눈치다.)
 
노파:(노인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움직였다. 바로 위에 있는 태양을 피하고자 눈은 감은 채였다.)
어이쿠. 그렇다면 길바닥의 행인이라 불러드릴까? 아니면 보따리를 맨 보부상이라고 불러드릴까?
(노파는 그렇게 말하고 무엇이 웃긴 것인지. 깔깔거렸다.)
...
어찌 되었든. 드문 분을 보게 되었으니. 내가 점을 하나 보여드릴까 하는데. 어디, 어디.
... 저 여인도 듣지 못 하게. 이리 가까이 와보시오.
 
조윤:그리 비밀스럽게 구니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군 그래.(노파에게 바짝 다가서서 그 앞에 쪼그려 앉는다. 입과 귀가 충분히 가까운 거리다. 홀로 듣고 끝낼 수 있는.)
 
노파:(감겨 있던 눈이 천천히 뜨인다.) 왕이시어...
 
:PC1은 캐릭터 시트를 확인 후, 지적특기를 정해주세요.
모든 처리가 끝났습니다! 장면은 자유롭게 즐겨주세요!
 
조윤:(가뭄에 갈라지는 땅의 소리도 이보다 끔찍할 수 없으리라. 아주 잠시 맛보았던 꿈같은 조각이 순식간에 현실이 되어 혀를 꿰뚫는다.)
제자리로 돌릴 방책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겨우 받아들인 내 편이건만 어째서 나에게 칼을 쥐여주는가. 목소리를 낮추어 묻는다.)
 
노파:만민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흑주작이 강림을 했기에, 화국은 망국의 길로 가기라고.
원인은 분명하니. 해결을 위한 방법도 분명하지 않겠습니까? (끌끌)
 
조윤:하여 내놓은 방법이 그것이냐. 인간의 몸으로 신을 해하라고?
(알고 있다. 흑주작을 돌려보낸 왕의 이야기는 민심을 돌려놓기 충분하다는 것을. 비통한 마음과 다르게 오랜 시간 눈치와 정치를 읽어온 머리는 빠르게 손익을 계산한다. 그런 자신이 끔찍해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쥔다.)
무슨 이야기인가하여 들었더니 불길한 소리를 하는구나. 되었다, 내 더 듣고 싶지 않구나.
(자리에서 일어난다. 품에 있던 엽전 한 닢을 꺼내 점은 본 삯으로 내놓는다. 정당한 대가이나 마땅찮은 기색이라는 것은 누구든 알 수 있으리라.)
(자리에서 물러나 다시 흑주작의 곁으로 돌아온다. 이미 들어버린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영원한 약속을 한 자 앞에 영원한 칼을 들고 선다. 그 사실이 못내 마음에 찔려 매화가 든 손을 소매로 감춘다.)
가시지요.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흑주작:현무의 냄새가 나는 녀석이더구나. 그것과 나는 사이가 좋지 않아. 좋은 이야기를 할 리 없지. (그렇다고한들. 그런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한 눈치인지. 그 옆에 선 채로, 당신의 기색을 열심히 살핀다.) 내, 아까 저잣거리를 돌며 받은 단 것이라도 줄까?
(그런 말따위를 해줍니다.)
 
조윤:괜찮습니다. 귀인께서 제 대신 많이 젓수시지요.
(그리 말하며 고개를 젓는다.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당신까지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므로 평정을 가장한다. 익숙했다. 이런 척은.)
혹 더 가지고 싶은 것은 없으십니까. 돌아가거든 다시 나오기는 요원할 것 같아 여쭙습니다.
 
흑주작:(그 얼굴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이 빠르게 사라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불안은 사라진 것이다.
혜경은 앞으로 기울어졌던 몸을 바로했다. 노파를 힐끔였지만 눈이 안 보이는 노인은 시선을 받은 지도 모르고 꾸벅꾸벅 졸고 있을 뿐이다.)
내 노는 것만 좋아하는 한량이 아니기에. 탐낼 것은 더 없는 것 같구나. 네게는 쉼이 더 필요해 보이니. 돌아가는 것이 더 나아보이고.
 
조윤:그리 보였습니까? 이 정도 걸었다고 고단하면 곤란하거늘... 귀인의 말이 맞겠지요.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시지요. 그 말을 대신하듯 찬찬히 걸음을 옮긴다. 푸른 옷감이 바람에 나부껴 때아닌 파란을 일으킨다. 이것이 파도일지, 그 무엇보다 뜨거운 불꽃일지. 혹은 두 존재의 충돌 가운데 등 터져 죽어가는 시체의 흔적일지는 그만이 알리라.)
(흑주작의 치맛자락과 도포가 저잣거리에서 자취를 감춘다. 파란은 무한히, 그리고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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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 알현
저잣거리에서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온, 그 날 밤.
대부분의 대신도 퇴걸하여, 자신들의 집으로 갔을 시각에 알현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요청을 넣은 인물의 이름은 '정엽'.
당신의 호위 무사 중 한 명이고. 그의 집안은 대대로 화국에 충성하며 왕의 검의 임무를 수행하고 보필한 곳입니다.
 
:그 알현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 조 윤이 그에게 들어오라고 말하면, 낮과 다르게 정복 차림을 한 정엽이 인사를 올립니다.
 
정엽:(왕과 신의 증표 앞에서 무기를 지닌 채로 있을 수 없는 힐. 검이 있어야 할 허리에는 아무 것도 지니지 않은 채,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합니다.)
소신, 왕께 올려야 할 말이 있어서 이 깊은 시각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조윤:그래, 다른 사람도 아닌 그대가 이 시간에 나를 만나고자 한 이유가 있을 터. 무슨 일인지 말해보거라.
 
정엽:(그는 무인 입니다. 정사를 논하는 문인이 아니기에. 그의 심기를 거스를 말을 삼가고, 완곡한 단어를 선택해 말하는 재주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가 입을 때고 하는 말은 이러했으니.)
이제까지 다른 이처럼 폐하를 곡해하여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호위 무사라는 직함을 달고, 폐하의 뒤를 따른 지가 몇 개월 입니다. 호위 무사는 폐하의 업무를 보는 중에 가장 가까이 선 자죠. 그렇기 때문에 신의와 신임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할 터인데....
소신, 궁궐 안밖을 돌아다니는 다리 없는 말에 휘둘려, 이제까지 폐하를 언젠가 화국을 멸망의 길로 이끄실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일을 보고 알았습니다.
 
정엽:우리의 폐하께서는 어심을 헤아리고, 공정을 따르시는 분이라는 것을요.
저를 포함한 호위들은 이제서라도 진정으로 폐하를 따르고자 합니다.
폐하가 가는 길을, 저희가 함께 할 것임을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조윤:(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한 마디 없이 듣는다. 무인의 투박하고 직접적인 문장들은 문인의 부드럽고 돌려 쓰는 말들보다 날카로우나, 바로 와닿는 법이라.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면 목숨이 위험할 것을 알면서도 불신했던 속내를 털어놓는 그 용기를 높이 산다.)
(하여 고심 끝에 입을 연다. 저 말이 거짓이라면 이를 지금 알아차리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내 진즉 알고 있었다. 즉위 전이나 후에나 날 불길하게 여기는 자들이 아주 많다는 건 누구든 알 것이야.
본디 불경한 마음을 품은 자는 엄히 다스리는 것이 마땅하나, 스스로 뉘우치고 고한 용기가 가상하니 넘어가도록 하마.
그대들을 살게 한 것은 짐의 심기가 아닌 그대들의 믿음이다.
이 점을 명심토록 하라.
 
정엽:이 정엽! 폐하의 말씀을 몸과 심장에 길이 새길 것이옵니다!
이 불손한 이들을 받아주셔서 감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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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사이클
 
조윤:장면열기
두려움에 숨소리마저 죽인 고요함이 감돌고 있다.
등장인물 : 전원
※ 전투 장면일 시 장면표는 생략 합니다.
(깊은 밤. 정엽이 물러가 홀로 남은 자리. 어스름한 공기를 가르듯 몸을 일으킨다. 호롱불 몇 개에 의지해 걷는 자국에 소리는 따라붙지 않는다. 적막하다. 나의 숨마저 죽을 정도로.)
(소리 대신 옷자락이 물결처럼 나부낀다. 희미한 바람이 불자 호롱의 자그만 불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문 앞에 선 그림자가 곧 저물듯 일렁인다. 그제야 내관이 문을 연다. 크고 덧없는 검은 인영이 반으로 찢어진다. 그것은 곧 이 나라의 왕이 되어 문을 나선다.)
 
조윤:(이야기하는 사이 밖을 지키던 흑주작의 곁에 선다. 침전을 지키는 이의 눈을 피할 수 없어 이 야심한 시각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신에게는 잠이 필요치 않다고 하나, 오늘 일정을 생각하면 고되지 않을 수 없음이라. 조금 미안한 기색으로 입을 연다.)
이야기는 잘 끝났습니다. 이 어두운 시간까지 돌아다니시게 하여 송구할 따름입니다.
 
흑주작:그리 신경쓸 것 없으니. 송구하다는 말은 삼가시게, 나의 왕이어. (흑주작은 이 밖에서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름에 반쯤 잠긴 달이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그리 오래 나누었는가?
 
조윤:신의와 충정에 관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아군이 이리 많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기에, 받아들이고 돌아왔습니다. 참으로 경사 아닙니까. 오늘은 옆자리가 비지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내 옆에 당신이, 나도 모르는 나의 옆에 그들이 있다. 아군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받은 것이 이렇게 만족스러운 일이었나. 오늘 밤만큼은 적적하지 않은 밤이 되리라.)
 
흑주작:(그렇게 말하는 이의 얼굴에는 그도 모르는 웃음이 피어나 있어보였다. 이리도 정이 고팠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평화라는 살얼음판을 좋아하는 그대가 좋아할 주제군. 그 이야기를 나와 하지 않음이 참 다행이야. 그러니 더 묻지 않으려 합니다.
시들지 않는 난초와 꽃은 없는 법. 영원한 충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야.
이건 그대에게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 이 야밤에 불쑥 나타났다 사라진 이에게도 하는 말이라네. (아주 잠깐 씁쓸한 과거가 생각이 난 것인지. 그리 말하는 눈은 수심에 잠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물기는 자신의 불에 증발되고 말았지만.)
 
조윤:(잔잔히 머금었던 미소가 찬찬히 흩어진다. 수심에 잠겼다가 이내 끓어오르는 눈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한낱 인간이 신의 속내를 알 리 없으니 붙일 수 있는 말이 없다. 다만 조금 쓸쓸해보인다고, 문득 생각한다.)
...알고 있습니다. 하여 잠시 들를 곳이 있습니다.
경사 다음에는 반드시 조사가 오기 마련이라지요. 오늘이 저의 경사이니, 곧 닥쳐올 미래를 대비하고자 합니다.
(폭풍전야. 최근 들어 유달리 고요했던 이 궐을 칭하기에는 더없이 알맞은 말이리라. 시들지 않는 난초와 꽃은 없고 영원한 것은 더더욱 없음이라. 반쯤 가려졌던 달이 구름 뒤로 더 숨는다. 조금 흐려진 달빛을 두고 바라본다.)
 
흑주작:그래. 마음이 들떠서 뜻도 없이 걷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구나. (혼자 이 궐을 돌아다닌 적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 길을 처음 걷고 있었다.)
어디냐고 묻지는 않겠다. 다 도착을 하게 된다면 알게 될 것이니.
대신 이렇게 묻고자 한다. 괜찮겠느냐? (오늘의 그 많은 일에, 하나를 굳이 더 더해야만 하겠느냐?)
 
조윤:괜찮습니다. 늘 괜찮았습니다.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니 염려 마시지요.(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괜찮고자 하면 괜찮을 수 있다. 살면서 얻은 몇 안되는 특기. 오늘의 그 많은 일에 하나가 더해진들 그것이 나를 수면 위로 끌어당길 순 없을 것이다.)
(말이 멎는다. 걸음이 따라 멎는다. 자신조차 처음 오는 사당 앞에 서서 잠시 풍경을 바라본다.)
여기부터는 홀로 가겠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가벼운 눈짓을 하고 홀로 사당에 들어선다. 문턱을 넘는 순간, 달이 온전히 구름에 가려져 하늘에 어둠이 가득 찬다.)
 
:흑주작은 남기고.
당신은 그 안으로 들어섭니다. 쭉 걷던 중. 아주 약간 이상한 점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 사당을 지키는 무관 한 명이 있을 법한데.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도 시간이니. 교대를 위해서 잠시 자리를 비웠을 수 있는 일이지만요.
 
조윤:(호롱불에 의지해 안으로, 가장 안으로 들어간다. 궐의 모든 곳에는 지키는 자가 있기 마련인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교대라면 좋겠지만, 어째서인지 낮에 본 역모의 한순간이 머리를 스친다.)
(그야말로 폭풍전야. 고요를 넘어선 압도 속에 왕의 서를 손에 든다. 불길함이라는 고통을 억누르고,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고통 판정
 
조윤:
조윤 ROLL 고통
11
목표치: 5
 
조 윤에게 <왕의 서>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조윤:
조윤 ROLL 종말
3
목표치: 9
 
:돌돌 말아져 있는 것은 조심히 펴 읽으면, 그 안에는 그러한 내용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
당신이 내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야 할 서당에.
다른 이의 움직임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의 근원은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데...
※ :-) 판정 실패. 광기 카드 한 장을 가져갑시다.
 
조윤:(두루마리를 내려놓을 새도 없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게 누구냐?
 
유화(瑜花):(바닥에 몸을 바싹 숙인 채로 조용히 빠져나가려 했으나. 신을 질질 끌어버린 탓에 작은 마찰음을 내고 말았다.)
(소리를 죽이려고 입을 막던 손을 내린다. 유화는 몸을 돌리고, 그에게 바싹 몸을 조아렸다.)
화, 화국의 왕이시어.
 
조윤:(머리를 조아린 여인을 내려다본다. 연국에서 볼모로 온 왕녀. 자신을 따라온 것일까? 잠시 말이 없다가 두루마리를 내려놓는다.)
그대의 거처는 따로 있거늘, 어찌 이 먼 곳까지 오셨습니까?
그것도 이 야심한 시각에 궁녀 하나 없이 소리를 죽이고 오시다니, 혹여 오해를 사고자 하신다면...(일부러 말끝을 흐린다. 왕의 서에서 읽은 내용 탓에 심란해져 조금 예민해졌다.)
 
유화(瑜花):아닙니다! 저는 결코 다른 마음을 품지 아니했습니다! 심, 심지어 머무는 곳의 궁녀도 제가 이곳에 온 줄 모릅니다. 그저, 저는... 이곳이 소리를 죽여 울기에... 언제나 걸맞아서.
그리하여 이곳에 온 것인데. ..., 화국의 왕이 있으실 줄 모르고. 다시 나가려고 했을 뿐이옵니다.
정녕 다른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유화는 더욱 바싹 엎드립니다.)
 
조윤:(바싹 엎드린 왕녀를 따라 고개가 푹 내려간다. 홀로 울고자 이곳을 찾았다는 말이 입안에 쓰게 맴돈다. 타국 땅에 홀로 목숨을 걸고 온 것과 다름없으니 막막했으리라. 아득한 그 마음 알 것도 같아 얕은 한숨을 내쉰다.)
자가께서는 이곳에 대해 듣지 못하셨나 봅니다. 이곳은 자격을 갖춘 자만이 들어오는 곳이오, 왕도 함부로 들어오는 곳이 아닙니다.
 
유화(瑜花):제가 아직 화국에 대해 무지하여 그러한 사실을 몰랐습니다. 폐하, 이 죄를 어찌 값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부디 벌을 내리신다면. 오로지 저만을 벌해주소서.
 
조윤:그리 해야지요. 이곳에 함부로 들어온 죄, 앞으로 이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만간 현명한 궁녀를 몇 보낼 것이니, 그들에게 궐의 지리와 화국의 지식을 배우십시오. 무지를 가벼이 넘어가는 것은 이번 뿐입니다.
(거기서 그치려 했으나, 이내 마음을 바꿔 고요를 조금 더 깬다.)
...그리고 홀로 우시려거든, 규장각 뒤의 사당으로 가십시오. 낡고 작은 곳이라 아무도 가지 않습니다.
 
유화(瑜花):... ... ...
그 모든 말에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유화는 이내 왕의 시간을 더 빼앗지 않겠다면서 물러나겠다고 합니다. 곧장 자신의 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규장각 뒤 사당에 갈 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겠죠.)
 
보조 판정을 합니다.
 
친애 판정
 
조윤:
조윤 ROLL 친애
6
목표치: 7
조윤 ROLL 지위(장비)
3
지정특기:
당신의 조사 판정에 +1의 수정을 적용한다.
 
판정 성공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사당 앞에는 흑주작이 있는데. 유화 공주는 어떻게 들어온 거지?
흑주작의 과보호를 생각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를 이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을 것인데.
..., 참 이상한 일입니다. 참으로요.
 
조윤:(인영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제야 의문이 떠오른다. 내가 오기 전부터 이곳에 있다가 숨어있던 게 아니라면, 그럼 자가는 어떻게 여기에...)
(불길한 사건은 사실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급히 사당을 나가 흑주작에게 향한다.)
흑주작, 이곳에 온 사람 없었습니까?
 
흑주작:(헐레벌떡 뛰어나온 이가 있다. 조 윤, 나의 왕이었다.
혜경은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 해, 겉핥기 식의 대답을 했다.)
있기는 했지요. 바로 당신이요.
그리고 사람은 아니지만 벌레 몇 마리가 이곳에 들리기도 했습니다.
 
조윤:(뒷목이 차게 식는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숨어있었던 것이길 빈다. 동시에 무관이 빈 사당, 홀로 울고자 왔다는 대답이 머리를 스친다. 어째서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자책감에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가 놓는다.)
...알겠습니다. 속히 돌아가지요.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조만간 큰 소란이 일 것입니다, 흑주작.
(그리 말하며 몸을 돌려 걷는다. 드물게도 크게 흩날리는 붉은 자락 아래 옅은 조급함이 묻었다. 유일한 소음이 궐에 울린다.)
(구름 뒤의 달은 다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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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맥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을 가진 채, 며칠이 지납니다.
모두 기우였던 걸까요? 그저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인 걸까요?
아무일 없이 날짜는 흐르고 흐를 뿐인데.
하루, 이틀, 삼일, 사일..
그리고 오늘.
 
:어둠이 내려앉은 밤입니다. 초승달에 가까웠던 그 달이 이제는 보름달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그러듯 불면에 시달리고 있던 당신입니다.
시간은 분명 새벽. 하지만 저 밖에서 어딘가 소란스러운 발소리와 붉은 빛이 반짝이는 기분입니다.
당신의 침전으로 누군가 들어옵니다. 다급한 발걸음 소리입니다.
 
흑주작:이런 걸 말한 거였니?
그 날. 큰 소란이 있을 거란 게.
 
:흑주작 입니다.
 
조윤:(메말라 달아오른 눈을 감지 못한 채 몸을 일으킨다.)
무슨 일입니까.
(흑주작이 다급히 구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자연히 긴장한다.)
 
흑주작:무슨 일.
(이걸 어떻게 말해야만 하는 걸까. 흑주작은 입술을 깨문다. 불안과 초조함이 선명하다.)
이건 무슨 일이라고 해야만 할까. 무기를 든 사람이 이곳으로 오고 있어.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무기를 들지 않은 자는 횃불을 든 채, 여기저기에 불을 붙이고 다녀.
이건 무슨 일이지?
 
조윤:......
역모.
역모입니다.
잡혀서는 아니됩니다. 어서 이리로 나가십시오. 어서!
(곤룡포를 채 다 걸치지도 못한 꼴로 침전 한 켠의 다른 문을 벌컥 연다.)
저들은 귀인과 나를 노릴 것입니다.
 
흑주작:(돌아가는 상황과 그의 태도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죽게 되는 원인이구나.)
도망치면 살 수 있어?
 
조윤:그건...! (잠시 침묵이 인다.)
...가만히 앉아 죽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정엽과 호위들이 시간을 끌 겁니다.(그들도 가담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직은 믿어보기로 한다.)
(머리를 제대로 틀어올릴 시간따위 없다. 거슬리는 앞머리와 옆머리만 그러모아 머리 뒤에 비녀를 꽂는다. 제대로 빗질하지 못한 잔머리가 이리저리 삐져나온다.)
 
흑주작:(제대로 대답하지 못 하는 당신이지만. 만약 도망친 그 끝에도 칼이 있다면. 그때는 정말 내가 모든 것을 불태우면 되니.)
가자. 어디로든. 나는 네가 왕이 아니게 되더라도, 그 곁에 함께 할 것이니까.
(먼저 그 앞 길을 나선다.)
(처음으로.)
 
조윤:(처음으로 당신의 뒷모습을 본다. 그 뒤를 따라 나선다.)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둘은 그렇게 왕실 사람만이 아는 통로를 따라 걷습니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란은 더욱 커지며, 그건 당신의 심장에도 영향을 일정 부분 영향을 줍니다.
빠른 불안. 지금의 상황이 최악이라는 오판.
특히, 긴 통로를 거쳐 빠져나온 끝에. 여러 무리의 병사와 마주했을 때는 더욱 더 그런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풍염(豊炎):어서 오시게, 아우여.
내 너를 아주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맨 앞에 선 자를, 조 윤은 모릅니다.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외관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과 비슷한 얼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윤:(정돈되지 않은 머리. 형편없이 흐트러진 복장. 참으로 초라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왕이라는 이유로 소리친다.)
무엄하다! 어딜 감히 이 나라의 왕을 함부로 부르는 게냐!
네 정녕 죽고 싶어 환장했느냐!
 
풍염(豊炎):왕?
 
:풍염은 그 한 마디만 하고, 주변에 있는 병사를 쳐다봅니다. 그들은 모두 이 궐 안에서 일하는 이들입니다. 몇은 사병인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수는 적습니다.
즉... ... ...
 
풍염(豊炎):신하 한 명 없는 왕을 그 누가 왕이라 인정을 해주지?
굳이 당신이 왕이라 불려야만 한다면!
그래. 이런 이름이 어울리지 않겠는가?
멸왕. 우리 이 화국을 멸망시킬 왕이라는 이름 말이야!
(풍염은 맞소리를 내지르다가 품을 뒤적입니다.)
(그의 손에 쥐여져서 품 밖으로 나오는 것은...)
 
풍염(豊炎):(왕의 서 입니다.)
검은 태양의 수호를 받는 멸왕이시어! 우리는 이 나리를 구하기 위한 자들이니!
마땅히 죽음으로 사죄하라!
 
:어떻게 그것이 풍염의 손에 있는 것인지 생각이 복잡할 때.
풍염의 옆에서 모습을 슬며시 드러내는 이가 있습니다.
감옥에 있어야 할 대신과 유화 입니다.
 
전투열기
 
플롯을 보내주세요!
 
플롯 공개
 
:속도6 버팅 발생.
생명력 1 점을 차감합니다.
 
풍염(豊炎):
rolling 1d6
(
2
)
 
=
2
 
흑주작:
rolling 1d6
(
4
)
 
=
4
 
1 라운드
 
흑주작:(흑주작은 분노합니다. 저것들이 무어라 말하고 있답니까? 멸왕? 이 나라를 멸망시킬 왕이라고?)
그 누가 이 나라가 멸망하고 있다고 하느냐!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이 나라가 얼마나 평화로운 지를 알 것을!
네 놈들이야말로 이 나라를 멸망시키는 것들이니!
흑주작 ROLL 기본공격(공격)
2
지정특기: 소각
목표치: 5
목표 1명을 선택해서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1D6점 대미지.
(불의 기운을 끌어올려서 퍼부으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이게 쉽지 되지 않습니다.)
 
풍염(豊炎):하하! 흑주작이여! 당황하였느냐? 너의 불의 기운을 억제할 묘수를 생각해 왔으니!
이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 악신을 물리치리라!
풍염(豊炎) ROLL 트릭(공격)
8
지정특기: 효율
목표치: 5
목표 1명을 선택하여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목표에게 2점의 대미지를 입힌다. 이 때 회피판정에 -2의 수정을 적용한다.
(풍염은 흑주작에게 공격합니다.)
 
흑주작:
흑주작 ROLL 2D6
6
 
:회피 실패. 생명력 2점이 감소합니다.
 
반란군:(선공에 맞춰서 그의 병사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두 흑주작이다.)
반란군 ROLL 기본공격(공격)
6
지정특기: 찌르기
목표치: 5
목표 1명을 선택해서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1D6점 대미지.
 
흑주작:
흑주작 ROLL 2D6
7
 
대신의 사병:
대신의 사병 ROLL 기본공격(공격)
2
지정특기: 파괴
목표치: 5
목표 1명을 선택해서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1D6점 대미지.
 
연의 지원군:
연의 지원군 ROLL 기본공격(공격)
3
지정특기: 파괴
목표치: 5
목표 1명을 선택해서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1D6점 대미지.
 
《조윤》의 행동 차례
 
조윤:(흑주작의 머리칼이 흩날리는 것을 본다. 분명 검은 태양인데. 나라를 멸망케 하리라 예언까지 받은 삿된 신인데... 지금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지금 칼을 든 것은 누구인가. 고통받는 자 누구인가. 인내한 자에게 빛이 있었는가. 봐주지 않은 자 누구인가. 낙인찍은 자 누구인가.)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라면 낙인을 부정할 필요 있는가.)
광기 현재화
 
-
 
《조윤》의
 
【폭력충동】
 
-
 
조윤:(순식간이었다. 흑주작의 뒤를 따르던 왕이 혈투에 달려든 것은. 맥없이 비틀대는 연의 지원군에게서 칼을 빼앗아들고, 제가 쥔 칼날에 손이 베인 것도 모른 채.)
광기 현재화
 
-
 
《조윤》의
 
【적이냐 아군이냐】
 
-
 
조윤:(손에 들린 칼이 주변을 일격에 가른다. 은처럼 빛나던 칼날이 금세 피에 절어 검붉게 변한다. 반정을 기억하는 자는 깨달으리라. 칼을 휘두르는 매무새가 폐위된 자와 똑같다는 사실을.)
(혈이 낭자하다. 피도 곧 물이라. 풍염이 불기운을 막고자 쓴 수에 본의 아니게 도움이 되었겠지만, 왕은 알지 못한다.)
(금실 자수가 반쯤 붉게 물든다. 쓰러진 자들 너머 숨을 몰아쉬는 그가 뒤를 돌아본다. 달아오른 눈가, 떨리는 손. 오랜 세월 비명을 참아온 대가는.)
내가 멸왕이라 하였느냐?
아니, 멸망은 네놈들이 시키는 것이다.
이 나라 왕이 멸망을 어찌 두고 본단 말이냐, 그러니...
 
조윤:나는 너희가 만든 패왕이니라.
(반란군에게 달려들어 칼을 휘두른다.)
 
:하늘은 참으로 무심하지.
병사들의 손에 든 횃불에 무언가가 내려앉습니다. 눈입니다.
추운 이 한 겨울의 내리는 무심한 빗방울.
타오르는 불꽃은 그 추위에 더욱 사그라듭니다.
왕의 칼짓 한 번에 복사꽃이 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피로 젖은 눈은 바닥에 떨어질 때야. 동백꽃이 되어 집니다.
 
:연의 지원군은 "화, 화국의 왕이 미쳤다!"고 고함을 지르며. 그 자리를 벗어납니다.
유화는 당황하고 부끄러워하지만. 대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굴고. 풍염은 다정하게 유화를 끌어안아 줍니다.
 
조윤:
조윤 ROLL 기본공격(공격)
11 +1
지정특기: 구타
목표치: 5
수정치: 1
목표 1명을 선택해서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1D6점 대미지.
 
반란군:반란군은 그대로 용기가 있는 자들입니다. 칼을 들고 다가오는 왕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웁니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라고 해도 흑주작의 수호를 받는 자. 신의 힘을 약화시켰다고 해도, 그 수호를 뚫기 어려워합니다.
반란군은 그렇게 하나, 둘, 셋. 몇 개의 동백이 되어서 이 겨울을 맞이합니다.
 
2 라운드
 
흑주작:(혜경은 자신을 억누르는 불의 힘에 저항하려고 합니다. 나를 삭히려고 하지 말아라. 나는 영원한 분노를 말하는 자이니. 지금의 내 분노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흑주작 ROLL 염화(공격)
7
지정특기: 소각
목표치: 5
목표를 1d6만큼 선택하여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면 목표는 각자 회피판정을 한다. 회피판정에 실패한 목표에게 1d6+2점의 대미지를 입힌다.
rolling 1d6
(
6
)
 
=
6
(나의 불꽃은 풍염과 대신의 사명을 태우고자 합니다.)
 
풍염(豊炎):
풍염(豊炎) ROLL 2D6
6
 
:대신의 사병은 회피 판정을 하지 않으므로, 대미지를 산출합니다.
rolling 1d6
(
3
)
 
=
3
총 5점의 대미지를 두 개체에게 부여합니다.
 
풍염(豊炎):(갑자기 타오르는 불꽃에 몸을 바닥에 구릅니다. 풍염은 이를 악 물고서, 흑주작에 대한 살의를 품습니다. 그리고 현신한 신의 가장 큰 약점을 바라봅니다.
조 윤 입니다.)
(풍염은 불을 끄기 위해서 버렸던 검을 들고 조 윤에게 달려듭니다.)
원래는 저잣거리에서 내 놈이 제 잘못을 고하게 하려고 했으나!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줘야겠다!
풍염(豊炎) ROLL 트릭(공격)
8
지정특기: 효율
목표치: 5
목표 1명을 선택하여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목표에게 2점의 대미지를 입힌다. 이 때 회피판정에 -2의 수정을 적용한다.
 
:조 윤은 회피 판정을 합니다. -2가 수정됩니다.
 
조윤:
조윤 ROLL 2D6
9
(달려드는 상대의 옆으로 비껴나 공격을 쳐낸다. 비슷한 낯끼리 나란히 피로 물든 꼴이 퍽 우습기까지 하다. 얼굴에 튄 피가 눈가를 타고 흘러내린다.)
 
《조윤》의 행동 차례
 
풍염(豊炎):그리도 살고 싶으냐? 네 어머니, 내 이모의 나라에서 그리 욕을 들으며 말이다.
 
조윤:(피하기 위해 내딛었던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흑주작을 등지고 선다. 저 뒤에서 느껴지는 검은 화기가 신의 생명을 증명한다.)
살고 싶었냐고? 그래, 살고 싶었느니라. 폐위된 것의 핏줄이라 멸시받아도, 어마마마 그늘에서 연명만 하는 내 자신이 버러지같아도, 내 평생을 바쳐도 영원히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아도!
옳은 길 가며 살고 싶었다고.
그게 그리 잘못된 것이냐?
살아있는 게 죄라는 말이 하고 싶으면 어디 해보거라. 내 평생 가장 무서웠던 말이, 이젠 나의 칼이 될 터이니.
 
풍염(豊炎):그렇다면 내 말해주겠다, 아우여!
그래. 그것은 아주 크나 큰 잘못이다! 우리 핏줄이 그냥 핏줄인가?
우리는 왕의 핏줄이고. 이것은 곧 이 나라의 모든 것이다!
옳은 길은 알아주지 않으면 무의미하고!
인정받지 못 함은 존재의 부정이다!
(조 윤에게 하는 듯한 말이지만. 그것은 그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자신은 숨겨진 자식이니 말이다. 서자라고 하지만 그 핏줄이 핏줄이었기에.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 했다. 천한 것과 고귀한 것. 그 두 가지 웅덩이에 한 발씩 걸치고 있었으니.)
 
풍염(豊炎):살아있는 건, 죄다.
(나는 죄 덩어리였다. 그래서 말할 수 있었다. 네게.)
 
조윤:(평생 남에게, 나에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다. 그렇기에 알 수 있다. 저 자도 남에게, 자신에게 수없이 되뇌며 살았다고. 숨이 가빠진다. 천천히 일그러지던 입에서 이내 믿을 수 없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흐... 하, 하하하하.....!
(웃음소리. 한 번도 웃지 않았던 왕의 목소리. 얼굴을 타고 흐른 피가 입을 적신다. 갈라진 소리는 울음에 가가까웠다.)
 
:그건 곡소리였다.
 
조윤:(한참을 울며 웃다가 비틀댄다.)
그래, 평생 듣고 들을 그 소리! 기어코 칼을 쥐여주는구나. 어리석은 것.(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 세상 사람들! 비슷한 낯에 비슷한 꼴을 하고 궐에서 삿된 짓이나 하는 이 꼴을 보시오!)
(단정하던 울림은 온데간데 없고 광소 끝에 갈라진 목소리만이 남는다.)
죄짓고 살지 않으려 그리 발버둥을 쳤는데, 결과는 네놈이나 나나 똑같구나.
어차피 죄에 괴로워할 것이라면.
(단숨에 칼을 휘두른다.)
 
조윤:
조윤 ROLL 기본공격(공격)
3 +1
지정특기: 구타
목표치: 5
수정치: 1
목표 1명을 선택해서 명중판정을 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1D6점 대미지.
(휘두른 칼은 풍염의 귓가를 스치고 칼자루만을 때려 떨어트린다.)
이 다음을 감당할 수 없다면.
그 이상의 죄를 짓지는 말았어야지.
 
풍염(豊炎):(떨어진 칼자루. 그것을 허망하게 보다가 피식 웃었다. 무기가 없다는 것은 목숨줄도 없다는 뜻. 자신의 주변에 있던 병사도 다 쓰러진 지 오래다.)
내가 그 죄를 더 지어보이겠다면? 진정 이 끝을 보겠다면!
어떻겠느냐, 너는?
(목숨줄은 없어도, 움직일 몸은 있다고. 등이 베여도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몸을 돌려서, 칼을 다시 쥐기 위해서 달렸다.)
 
조윤:(칼을 털어 피를 털어낸다. 제대로 걸치지 못한 곤룡포 아래, 흰 저고리와 바지 따위는 시뻘겋게 물든지 오래다.)
허면 나 또한, 끝을 보아야겠지!
(곧장 그 등을 향해 달려든다. 온통 적으로 가득한 가운데 유일한 푸른 것을 휘날리며.)
 
:당신의 검은 도망가는 것을 쫓습니다. 어디로 향해야 하는 지, 검의 활로가 똑바로 보입니다.
당신은 그리 하라는 뜻을 받아, 그 활로를 쭉 걷습니다.
활로에 베인 남자는 쓰러집니다. 올 해의 겨울은 꽃이 참으로 많이 만개하니.
 
전투닫기
※ 조건 만족으로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승자는 조 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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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침소 근처에서 함성이 들려옵니다.
이곳의 싸움은 끝이 났어도. 저 먼 곳에서 다시 한 번 반란군이 밀려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병장기의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풍염은 등에 칼을 맞았음에도 살아서, 검을 향해 꾸역꾸역 나아가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옵니다.
 
정엽:"전하를 찾아라! 전하를 찾아라! 전하를... .... 전하!"
 
:당신도 잘 아는 목소리 입니다. 그는 땀과 피로 가득한 얼굴로 당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앞에 무엇이 있든 상관치 않고. 당신에게도 달려와 무릎을 꿇습니다.
 
정엽:늦어서 송구하옵니다, 폐하. 발이 묶여있는 바람에 빠져나오기에 시간이 걸렸사옵니다!
 
조윤:이제라도 왔으니 되었다. 어서 길을 트거라!
(온통 피로 얼룩진 채 정엽을 바라본다. 곤룡포의 금실 자수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전부 혈을 먹고 붉게 자취를 감추었기에.)
(푸르고 흰 머리칼 마저 혈색으로 물든지 오래라. 이것이 오늘에서야 탄생한 패왕의 모습이다.)
 
정엽:예! 폐하!
자, 무엇하는가! 남은 반란군을 정리하라! 이들의 수장들을 찾아라!
감히, 오지도 않은 운명을 논하면서 삿된 불안을 가져온 자들을! 모두 잡아들여라!
 
반란이 일어난 수 일 뒤.
반란에 동조한 가문과 연국을 대상으로 한 사법 처리가 한창입니다.
중상을 입었으나 결국은 살아남은 풍염이 다시 한 번 당신 앞에 섭니다.
오늘은 이 자의 처우를 결정하는 날입니다.
풍염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처럼.
 
:왜, 그러한 말을 하지 않았던가요?
감당할 수 없다면, 그 이상의 죄를 짓지 말았어야 한다고.
그는 그 선을 넘었음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당신의 입으로 향하기를.
고하여주시옵소서.
 
조윤:(여느 때처럼 단정한 머리. 고귀한 곤룡포를 입은 왕은 죄인을 내려다본다. 고민은 길지 않다.)
역모를 이끈 죄인 풍염을 사형에 처한다.
 
:그 말에 따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풍염의 목은 마지막으로 떨어진 동백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반란 중에 사망한 선왕의 장례식이었다.
한 달 내내 곡소리가 울렸다.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사랑받는 왕의 죽음은 그래야 하는 듯.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흐릅니다.
 
:하루는 한달이 됩니다. 한 달은 석달이 되고. 석달은 일년이 되기를.
지금의 화국은 흑주작으로 흉흉했던 민심이 어디로 사라졌냐는 듯이 평화롭습니다.
한 겨울이지만 죽음을 읍소하는 이가 없습니다.
하늘에 내린 눈은 오히려 대지를 따듯하게 해줍니다.
웃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사랑받는 왕의 나라는 그래야 하는 듯.
 
:그리하여 이것은 어느 누구도 찾지 않은 사당 뒤에서 일어난 화담이니.
 
흑주작:(하늘을 바라본다. 자신이 시들어가는 계절이라 참 싫은, 겨울이다. 그래서 웃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을 찾아서 규정각 뒤를 찾았다.)
(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고운 입자의 눈이 그녀의 손에 닿았다가 녹았다.)
(혜경은 그것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술병 몇 개와 안주를 차려둔 상차림 앞에 앉는다. 그리고 당신에게 묻는다.)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구나.
 
조윤:(아주 오랜만에 사당을 찾았다. 이곳에 놓을 일 없을 줄 알았던 술상을 놓고, 당신을 바라본다. 흰 눈자락이 그의 머리에 내려앉는다. 하늘에서 내린 것이 아닌, 그간의 격무에 내린 것들이 흔들린다.)
어떤 생각말입니까?
(흑주작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묻는다.)
 
흑주작:(그 술잔을 따라 받는다.)
네가 잘못 됐다는 생각.
 
조윤:흑주작. 그리 말씀하시면 짐작가는 게 한두 군데가 아니라서 못 짚습니다.
(술잔을 가득 채우고 술병을 거둔다.)
 
흑주작:(잔을 들고 입에 털어 넣는다. 조 윤은 최근에 알게 됬을 것이다. 이 흑주작은 술을 꽤 좋아하고. 거기다가 말술이라는 사실을.)
그리 말하면 내 어찌 하나하나 짚어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 잘 들어보도록.
지난 번에 세 명의 의정의 말이 다 갈리지지 않았던가. 자네는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서 조율하려고 했지만. 결국은 각자 목소리만 높이게 되는 꼴이 되었지. 내 옛날부터 한 말이지만. 어쩔 때는 왕의 강한 힘으로 누르고, 그 말을 따르게 하는 힘도 필요하지 않겠어?
그 중에서 나는 영의정의 말이 참 와닿았다네. 논의한 바는 이 겨울이 지나고 다가오는 봄에 관한 일이지 않은가. 봄은 참 좋은 계절이고. ...환란이 있었던 만큼이나 새롭게 그 계절을 축하하는 일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네.
... ... ... (그리고 잠시 말이 없었다. 비어있는 술잔을 아쉽다는 듯 바라봤다. 혜경은 조 윤 쪽에 있는 술병을 멋대로 빼앗아서, 제 잔을 채웠다. 잔소리 같은 것이 따라 붙기 전에 입을 다시 열었다.)
나는 네가 잘못 됐다고 생각하네. 아주 크게 말이야. 내가 본 너는 이 해의 겨울에 없는 존재였거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운명을 확인해도. 이 계절에 너는 없었어. ... ... ... 하지만 넌 내 앞에 존재하지. 웃고, 신음하고, 가끔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구기며 잔소리를 하고. (혜경은 그 대목에서 작게 웃었다. 헛웃음이 나올 만큼, 평화로웠다.) 나는 그 날 아무 것도 하지 못 했어. 나의 신력이 약해져, 무용한 불새였지. 그래서 말할 수 있어. 그 억샌 운명에서 벗어나 이 자리에 네가 있을 수 있는 이유.
 
흑주작:조 윤, 너는 널 스스로 구한 것이다. 그 무엇도 너를 억압할 수 없었어.
운명이 정한 단명, 내가 정한 패왕, 수 많은 목소리 말하던 멸왕. 아주 옛 것의 이름이 아니겠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쥐고 있던 잔을 손에 놓자, 그것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진다. 하지만 그 사건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라 뒤로 미뤄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나는 네게 다가갔다. 그리고 네 손을 쥐었다. 나와의 맹약을 손에 쥐였다.)
나의 왕이시어. 약속을 지키셨군요.
 
:말을 마치자, 흑주작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아래로 흐르듯 녹아 사라집니다. 내 몸과 마음을 물들었던 검은 불꽃이, 생명의 빛으로 가득한 붉은 색으로 다시 타오르기를.
 
조윤:(제 몫의 맹약을 쥔 당신의 손을 바라본다. 검은 기운이 사라져 낯선, 그러나 신기할만큼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있다. 나를 믿는, 내가 믿는 당신.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당신이 내가 왕이 아니더라도 내 곁에 있겠다 했듯, 나 역시 당신이 흑주작이 아니라 해도 함께하리라. 다른 한 손을 뻗어 당신 몫의 맹약을 감싸듯 잡는다.)
나의 신께서 수호해주신 덕입니다.
(그리 말하는 눈은 여느 때보다 밝게 일렁인다. 암적색 눈동자가 당신의 붉은 모습을 눈에 담은 덕에.)
그대가 나를 지키겠다 한 약조를 지켰듯, 나 역시 그대의 대가를 무겁게 하지 않고, 그대를 변질시키지 않고, 앞으로도 살아가리라 한 것을 지켰을 뿐이지요.
허니 나를 구한 것은 그대와 함께하는 나입니다. 그대가 없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제 손에 쥔 당신의 맹약을 가볍게 토닥인다.)
 
조윤:하오니 앞으로도 지켜주시지요. 제가 없었어야 할 자리를 기꺼이 채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나 또한 맹약을 지킬 것이니. 퍽 뻔뻔하게 굴면서도 웬일로 진심을 순순히 읊는다.)
 
흑주작:(그렇게 겹친 손을 쳐다본다. 무릎을 접었다. 생각보다 오늘의 술자리는 길어질 모양이다.)
 
:그것이 그 날의 화담.
아버지라 부르고 싶지 않은 자의 오명을 이어 받느라, 자신을 의심하며 살아갈 수 없던 인간과
한 세계의 신, 한 나라의 왕,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큰 대가가 필요한 것인지 모르던 주작의 이야기.
운명은 앞을 모르니. 이제 당신들은 그 무엇의 이끌림이 아닌 스스로의 뜻으로, 스스로 정한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inSANe
 
왕도
 
w. 타텍
 
GM 규린
 
PL 에러
 
PC1 조 윤
 
NPC 혜경
이 모든 것이, 당신의 길입니다.
 
24. 0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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