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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그 때문에 잠만 자고 일어나면 허리의 미미한 통증을 느낀다.) 시간은 그대로라며. 왜 내 몸의 시간은 흐르는 것 같은데?
(언제나 하는 짧은 투정. 그리고 긴 침묵. 몸을 일으키고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세상에 다시 눈 떠버린 것에 미미하게 불쾌해한다. 그건 허리 통증보다 더 큰 고통이라. 허리를 매만지던 손은 금방 보통의 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나의 안락하지 못 한 보금자리를 둘러보면. 여전히 그대로인 모래시계.)
(혜경은 이번에는 그쪽을 향해 손을 뻗어서,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고 또 흐르지 않기를 바라며, 그것을 뒤집는다.)
(그것이 하루의 첫 시작. 어쩐지 유독 늦잠을 많이 자는―아마도 그저 나보다 늦게 잠들 뿐일― 남자를 깨우기 위해서, 일어나 방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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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 질릴 정도로 들었던 목소리가 들리고, 그 인기척이 느껴지는 걸 알면서도. 눈을 떠야 하는 걸 알면서도... 자신을 새로운 하루로 이끄는 사람이 싫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솟구쳐 올라 미간을 좁히며 눈을 뜬다. 익숙한 얼굴. 그 언젠가는 보고 있으면 실없는 웃음도 났던 것 같은데. 이쯤 되면 다 무슨 소용인가. 당장 일어나는 감정 하나도 다스리질 못하는데.) 꼭... 깨워야 해? 어차피 시간이 흐르는 것도 아닌데, 그냥 일어날 때까지 둬도 되잖아.
(서 있는 혜경을 그대로 지나쳐 나간다. 어느덧 익숙해진 타인의 집, 타인의 방. 빈 거실로 나가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간다.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모두 멈춰버린 시간이지만 굳이 또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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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깨 한 번을 치지 않았다. 등 뒤로 지나쳐가는 그에게 포커스를 맞춘 채 바라본다. 이 여자가 그에게 시선을 땐 순간은, 날 보고 있는 눈을 좀 치우라는 듯, 그가 베란다 문을 닫을 때였다.
그 바란다는 온전히 그만의 공간이었으니까.
그런 암묵적인 약속이 우리에게 있으니까.)
깐깐하기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린 차혜경은, 그가 자고 있던 이불과 베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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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혜경이 그런 감정은 마음에 고이 간직할 만한 것이 아니었고. 둘은 설석환이란 사람의 말이고 감정이 지금으로서 한 없이 가벼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나는 그를 이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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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매일 새롭게 눈을 뜨는 순간을 견딜 수가 없었다.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는 채로 흘러가지 않는 시간 속에 갇힌 아이가 있는데. 오로지 나만이 흘러간다. 이 멈춰버린 시간은 축복일까, 지옥일까.)
(영원히 멈춰버린 너를 두고 떠나는 시간보다 너와 함께 멈춘 시간이 나을까. 시간이 약이라는데, 약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이 상황이 벌 같다. 상념을 지우기 위해 나온 시간인데 줄지 않는 상념 속에 눈을 돌린다. 제가 자고 일어난 자리를 치우는 여자.)
(알고는 있다. 우리는 이제 서로밖에 없었고.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되며. 의지하고 지켜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나보다 약했으며, 같은 아픔을 겪었으며, 같은 시간을 걷고 있다는 걸. 근데 왜... 나는 자꾸 화가 나지.)
(베란다의 문을 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표정 관리를 하려고는 하지만 썩 되지 않았고, 그걸로 책을 잡지도 않을 테니까. 그저 늘 그랬을 표정을 하고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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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도를 가져올게. 잠깐 기다려 봐. (자리에서 일어난 혜경은 각종 물건이 놓인 서랍을 뒤져서, 종이 몇 장을 꺼냈다.
시간이 멈췄어도. 우리의 시간은 기록으로 담겨져 있었다. 갔던 곳, 가지 않은 곳. 그런 정보만 체크되어 있는 손으로 만든 종이 지도.)
각자 어디로 가면 될까. 난 저번에 여기를 갔는데. 내 키로는 닿지 못한 물건도 좀 있어서. 당신이 가면 좋기도 하겠고...
(이런 업무적인 혹은 사무적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울린다. 혜경은 아침이라 부를 수 있는 일을 잊고, 오늘의 첫 인사를 당신의 업무 지시로 기억하기로 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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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눈매의 표독함이 서린 눈동자. 경찰청에서 종종 보이던 모습.) 두 경감이 한 조가 되는 건, 정말 오랜만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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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감... 경찰,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라고. 짐이나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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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전히 그 잡동사니 서랍에서 무언가 찾아 꺼낸다. 경찰 수첩이었다.)
(혜경이는 그리고 묵묵히 짐을 챙겼다. 내 경찰 수첩, 설석환의 경찰 수첩. 그리고….)
…. 오늘은 그래도 기분 좋은 날에 속하니까. 가져갈까. (찌그러진 담배 한 값.)
(그 세 가지를 챙기고. 식량을 가져오기 위한 큰 가방을 준비하면. 혜경이의 짐 꾸리기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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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뱉지 않은 이유는 그마저도 귀찮아서였다. 언쟁 같은 걸 하며 말을 섞을 기력도 없었으니까.)
(안일한 여자의 대신으로 무기로 쓸 망치 하나와 작은 휴대용 라디오를 챙긴다. 그리고 헤어 밴드 하나를 소중하게도 품 안에 넣었다. 고작 하나 남아버린 그 아이의 흔적이었다.)
(각자의 방에. 그리고 거실에 하나 놓여있는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멈춰있어 내려가지도 않는 시계였지만, 늘상 뒤집는 것은 시간이 흐르길 바라서인 걸까. 나도 모르겠다.)
준비 다 했으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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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전하게 아지트로 돌아오는 걸 목표로.
나가봅시다, 설석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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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음을 맞춘 상태로 나아가며 말한다.)
그러면 보이는 …분식집.
그 집, 무슨 이유인지. 식재료나 음식 같은 걸. 천장서랍에 넣어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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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23/11/4 |
굴림: | 2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제 눈을 보고 믿기지 않는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인가? 오히려 당황스러움에 정신이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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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27/13/5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감각에 움직임이 걸리면, 곧장 차혜경을 당겨 등 뒤로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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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26/13/5 |
굴림: | 99 |
판정결과: | 대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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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우리 퇴로는. (혀가 씹힌다.)
기준치: | 23/11/4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409001837/uO6iB42KxJhY6ZXKZEHDwQ/med.jpg?1726041979)
기준치: | 80/40/16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409013024/tHMgtEApmipw6nZ4mK6WFA/med.jpg?1726058030)
기준치: | 70/35/14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제 팔을 대강 잡고 달리는 혜경의 손을 붙잡고는 일단 달린다. 어디든 당장 발길이 닿는 대로.)
이쪽으로 피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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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80/40/16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409013024/tHMgtEApmipw6nZ4mK6WFA/med.jpg?1726058030)
기준치: | 70/35/14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409013024/tHMgtEApmipw6nZ4mK6WFA/med.jpg?1726058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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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당겨지고 몸이 기운다. 넘어질 뻔한 건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제 눈이 닿지 못 할 등 뒤따위를 열심히 살피는 설석환을 본다.)
괜, 괜찮으니까. 애초에 너보다 더 빨리 달렸거든? 그것들한테 할퀴어지거나 했다면 내가 아니라 당신이겠지.
(그런 말을 하면서 눈은 노인을 몇 번이나 힐끔거렸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 타이밍을 놓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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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만큼은 그의 속을 감히 예측할 수 없고. 아니, 그와 지내는 내내 예측할 수 없던 혜경이는 그 옆으로 오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타이밍 좋게 생존자가 있음을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그리고 당신은 누구인데. 아직도 살아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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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니? 좀비가 이 세상에 나타난 지도 몇 년은 되었는데. 아니…. 아니지. 우리가 살아온 1년 3일이란 시간은 제외하고 생각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 좀비 주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일반인이?)
누굴, 기다리셨어요? 창문을 보고 있으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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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혼자 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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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 아니. 지금 그런 걸 물어볼 때가 아니지, 석환 씨. 지금 이 사람이 이렇게 말했잖아. 오늘도 시간이 멈춰 있나 싶어서라고.
………. 우리만 멈춘 게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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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본 거라고는 좀비 뿐이었는데. 사람 하나 더 움직였대도 이상할 거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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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아버지 생각은 어떠세요. 시간이 멈춘 게 당연하다고 보세요?
난 이상하다고 봐! 우리가 이 밖을 돌아다니던 것도 처음이 아닌데. 그렇다면 적어도 한 사람은 마주쳤을 게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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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흥분하지 않도록 노력하죠. 아무튼, 곤란하게 돼
곤란하게 됐네요. 일단 목숨을 (스윽, 목을 만진다.) 구하기는 했는데. ……우리 아지트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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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되게 날쎄다. 몸이.
(설석환이 안일하단 생각이 들 말이나 뒤늦게 내뱉기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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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상대방을 위한 걱정이 될 수 있을까. 차혜경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를 바라보던 고개를 스리슬쩍 없던 일로 하듯 돌렸다. 서로가 서로를 보지 않은 채, 말을 한다.)
내 얼굴도 보지 않으면서.
그러면서 만만한 지, 아닌 지, 아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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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미안해. 안일하지 않게 조심할게.
이런 말이면 안심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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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떻게 해야만 당신이 날 믿어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있잖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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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혜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도 잠시간의 응시 후 다시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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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났어. 아주 잘났어…. 그래. 당신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데. 왜 남까지 신경쓰려고 그래? 내가 아무리 당신에게 칭찬 받을 잘난 짓을 하더라도, 그걸 볼 여유 하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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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나도 모르지. 그래서? 당신이 어디서 죽든말든 신경 쓰지 말까? 그걸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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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그런 걸 원한다고 했어? 그 어떤 사람이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내 얼굴도 봐주지 않냐는 말을 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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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과하고 싶었고, 저 여자도 힘들겠구나 위로하고 싶었고, 기대게 해주고 싶은데. 그럴 만한 몸이 남아 있지 않아서 화가 난다. 내가 아픈 만큼 아픈 것 같지도 않은데. 눈물을 흘리는 게 밉다. 고운 말이 나가지 않는다.)
(그게 온전히 나의 탓이라는 걸 매우 잘 알아서. 혜경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걸 사실은 가장 잘 아는데. 이 옆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옳은 걸까.)
생각하기 싫어.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똑바로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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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는 여전했다. 문장 사이에 밟으면 아프라는 듯 함정이 있는 말투.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여리고 힘이 없었다.)
드디어 시간이 흐른다고. ………, 당신, 멈춰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이제 끝이야.
사실 나를 챙긴답시고 시간이 흐른다는 의미마저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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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간이 흐른다고. 당연히 맞이했어야 할 시간이 이제서야 흐른다고. 나는, 나는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1년이 넘도록 메마른 듯했던 눈가가 이제야 젖어 들 리가 없다. 그러니까 이건. 눈물일 리가 없다. 이건 그저 시간이다. 고이고 고여서 멈춰져 있던.)
(굳게 닫힌 입술이 진동하고 눈을 가린 손이 사정 없이 떨린다. 잇새로 흐느낌이 새어나가기라도 할까 끅끅대며 올라오는 울음을 삼켜낸다. 쉽게 되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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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 없다. 하지만 대답이 돌아왔다. 예민한 귀가 당신의 소리 죽인 울음을 알아차리고,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가며.)
설석환…. 당신, 설마.
(울어?)
(그런 생각이 들자. 주먹을 쥔 손에 힘이 풀리고, 눈물을 다급하게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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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날부터 자신은 정말로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멈춰있던 모슨 순간이 다. 내가 저 좀비와 다를 게 뭐지. 식욕을 가지지 못한 좀비에 불과하다. 이 몸, 이 꼴로. 하루하루. 사람이라도 되는 것마냥. 살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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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이보다 좀비가 적었을 때, 모두가 서울을 빠져나가는 와중에 서울을 향해 꾸역꾸역 올라가는 우리가 있었다. 그곳에 도착한 우리는 날짜외 사간 그리고 장소를 정하고 이렇게 말했었다.
각자의 가족을 데리고 오는 거야)
(그리고 나는 시연이의 운동화만 손에 쥐고서 예정된 날짜, 시간 그리고 장소에 도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 먼저 와 있던 남자는 담배곽을 꽉 쥐고 있을 뿐이었다.)
(꼭 말로 들어야만 아는 건 아니었기에. 그 어떤 것도 묻지 않고, 서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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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주었을 적에도. 그저 막연하게…. 이걸 버려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주웠을 뿐인데. 나에게 그 어떤 의미도 없는 거여야 할 텐데.)
………. 뭐야. 왜, 왜, 왜 울어. 울지 마. 당신이 울면. 나는 또 어떡하라고.
(눈물을 닦아낸 손은 주먹을 쥐고 있지 않았다. 곧고 평평한 손바닥. 그것이 당신에게로 향한다. 당신에게로 향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소매 끝을 부여잡는다.)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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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거부권은, 당신에게 없어.
(고개를 몸에 파묻는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당신을 보지 않을게. 손, 내려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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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혜경. 윽, 혜경, 아. (막혔던 숨이 트이듯 혜경의 이름을 부른다. 눈을 가린 손은 여전하다. 손을 치울 힘조차 없다는 것에 가까웠다. 온몸이 슬픔에 휘감긴 채로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손끝이 저리고 숨은 막히고 가슴은 답답해서. 제 속을 다 파내어 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어서. 이 모든 걸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서.)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그 아이를 어떻게 보내줄 수가 있지? 뒤늦게 떼어진 제 두 손을 멍하니 내려다 보며 일그러진 웃음을 짓는다.) 이 두 손에 담길 만큼 작았는데... 내 품에 꽉 차도록 크게 자랐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속에 차오른 수많은 말들이 결국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라진다. 한 문장을 뱉을 때마다 마음이 쥐어짜이는 듯해서 더는 말할 수 없었다. 결국 흐르기 시작한 시간만큼 야속하게도. 온몸이 눈물에 질식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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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고 있다. 그 아이의 손이 얼마나 작은 지.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그 아이가 내 허벅지 어디까지 오는 지. 그 키가 그만큼 작아서 자신을 부를 때면 얼마나 목이 꺾이고. 마주본 눈동자의 색이 얼마나 고아해서는. 마트를 함께 갔다가, 그 올망졸망한 눈이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어찌나 뚫어져라 쳐다보는 지.)
보고 싶어……….
나도, 보고 싶어.
(이해하기에, 나는 울어줄 수 있었다. 나의 눈물이 아니라. 당신을 이해하면서 생긴 눈물로 울어줄 수 있었다. 훌쩍임이 배가 되었다.)
어떻게 나만 살아갈 수 있냐고, 세상 모든 것들에게, 따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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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내가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다시 흘러가는 시간에 흘러갈 수 있을까. 시간이 약이라는 게 진짜일까, 혜경아. 너는 어떻게 서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닌데 말로 나오질 않는다. 혜경의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나갈 때까지 간신히 숨을 내쉬며.)
(찬찬히 숨을 고르며 똑바로 몸을 세운다. 흐르는 눈물은 닦지 않았다. 멈출 방법을 몰랐으니까, 닦아도 별 의미는 없을 테다. 혜경과 떨어져 가만히 혜경을 응시하다가 입을 뗀다.) 미안해, 차혜경.
(떨리는 손을 뻗어 좀 전까지 닦아주지 못했던 혜경의 눈물을 닦아준다. 나는 그칠 수 없지만. 당신은 많이 울어봤으니까, 그치는 법도 알고 있을 것 같았으니까.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에 섞인 슬픔을 갈무리 하지 않으며 말을 고른다.)
어쩌면, 당신이... 나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겠어. 나는 이대로는 서 있을 수가 없는데. 실컷 미워해도 돼. 버려도 돼.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으로 하는 말은 꽤 가벼운 말투였다.)
(가득 고인 눈물로 시야가 흐려지면 흘려 보내며 선명한 시야로 혜경을 보금 더 응시하다가 혜경의 손을 잡아준다.) ......돌아올게. 내 말은. 나는 널 떠나지 않겠다는 거야. 그러니까, 잡지 말고. 따라오지 말라는 소리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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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말고. 날 불안해하 하는 분위기도 조성하지 말고. 그리고, 이렇게, 이렇게….)
(툭, 떨어진다. 몸이 멀어지긴 했어도 완전히 멀어지잔 의미는 아닌 것인지. 손을 잠시 붙잡아주었다. 이내 떨어지고 말았지만. 난, 그 온기만큼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라.)
(당신의 말 한 마디씩 사이로 이런 말을 내뱉었다.)
이제 네가 내 유일한 가족이야.
가족은 가족을 지켜야만 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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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말처럼. 아니, 나는 당신보다 용기가 부족해서. 대문이 열렸다 닫히는 걸 보고도 따라가지 못 했다.)
……….
(그리고 침묵이었다.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의 첫 침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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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게, 그게……….
(입을 잠시 다물고 만다.) 돌아올 거예요. 꼭. 반드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그것 뿐이었다.)
(한편, 그가 경계심을 갖추라는 말은 그 사이에 잊고. 혜경은 그 상 앞에 와서 미안한 어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식량을 찾아주셨을 텐데. 좀,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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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어르신이 수저를 들기를 기다리는 눈을 하고 있다.) 걱정되네요.
(자신은 생각보다 뻔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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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장구를 적당하게 쳐준다. 그리고 몇 수저 들지 않은 식사를 끝마친다. 숫가락을 내려두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죠? 차려주신 게 너무 많아서... 죄송하게도 저 혼자 다 먹기에는 역시 무리인 것 같네요.
식사 끝날 때까지 기다려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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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방에서 짐만 풀고 올게요, 그럼.
아,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그러니까. 제 이름은 차혜경 입니다. 차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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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수첩과 담배곽은 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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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그 남자의 가방 안을 본다.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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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면서 라디오를 만지작거린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종종 그러듯. 무언가 잡히는 신호가 있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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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라디오를 껐다. 그리고 잊지 않고 담배곽마저 그이의 가방에 넣어두면, 이 곳에서 할 일은 완성이다!)
(혜경이는 벌떡 일어나서 손님방을 나간다. 할 일이 없으니, 어르신께서는 아직도 식사 중이실까...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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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정리하고 있으세요?
(부엌으로 먼저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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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일단 주저 앉은 후에, 벽에 기대고……)
왜 이러지. 내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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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달랐는데.
(아니. 애초에 얼마나 자버린 거지. 나 그렇게 피곤했나?)
안 되겠다. 어르신에게 먼저 잔다고 말을 해놔야…….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킨다. 혹시 몸이 쓰러지거나 넘어지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말이다.)
(그리고 그 몸으로 뒤뚱뒤뚱 걸어서 노인의 방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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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는 창문을 바라본다. 그, 벌써 해가 졌나? 분명 노을이 지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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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쩔 수 없이. 저녁 인사는 드리지 못 하겠고. 욕실로 향한다. 자려면 씻어야 할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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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의 개수를 세고 충분하다는 걸 확인하면. 욕실을 잠급니다. 네! 욕조가 있다면 참을 수 없는 일을 하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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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를 꽉 쥐고) 아, 왜, 세상이 나를 방해하는 거야?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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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을 우리 아지트에서도 확인한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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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을 나가서, 창문을 바라본다.)
(한, 30분 동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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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지 말라고 시간 조정을 해주셨나? 위대하고 전능하신 창조주시여?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만든다. 그리고 참으로 성급하게 노인의 방을 두드린다.)
살아 있어요? 아니, 안 멈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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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을 나선다. 노인이 있는 방의 창문이 보이는 곳으로 빙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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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은 없이, 침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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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22/11/4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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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주 한 박자 늦게.)
설 경감, 어쩌지? 사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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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담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기억했다 싶으면. 혜경이는 일어나서 방 문으로 걸어간다.)
나, 여기에 있어! 그런데 들어오지는 말고. 내 말부터 들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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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시체가 있으니까, 코 막고, 조심히 들어와.
(성급하게 들어와서 시체를 보고 놀라지 않도록. 하고 싶은 말을 다한 헤경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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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을 고르고는 안으로 들어가 천으로 노인의 시체를 덮어버린다. 대체 누가 누굴 걱정해. 강력계 짬이 몇 년인데, 대체 어느 쪽이 더 놀라겠는가.)
시간이 다시 멈췄어. 돌아갈 거면 지금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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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다시 놓아지고, 그의 방식으로 노인의 죽음을 애도한다 싶을 때. 들려오는 말.
시간이 다시 멈췄어. 돌아갈 거면 지금 가야 해.
그에게 무엇이 더 우선 순위인지 알 것 같은 말.)
이, 죽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돌아가는 게 우선인 거야?
내가… 이 사람을 죽였을 지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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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는 나 혼자 내려갈 테니까, 차혜경 당신은 위에서 잠깐만 기다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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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꾹 다문다. 설석환이 왔잖아. 그가 왔잖아. 내가 신경을 써야 하는 상대는 다름이 아닌 이 남자잖아.)
왜? 나도 같이 내려가. 물건 챙기는 것도 두 명이서 같이하면 더 좋을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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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 행동을 어디까지 눈 감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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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행동이라면,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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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말이야. ………. 당신 이 곳에 시체가 있는 줄, 이미 알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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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미안해. 당신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만 하지. 그래.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지.
(미묘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의 말처럼 식량 몇 개를 챙긴다. 생각보다 느린 손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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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끝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 들고 온 가방에 식량을 쓸어 담는다. 말 없이 묵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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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40/20/8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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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챙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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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등을 돌려 먼저 계단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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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그런데 신발 끈만 묶고서.
(자신이 운동화를 신었는 지, 구두를 신었는 지, 단화를 신었는 지. 잘 기억도 안 나는 주제에 그런 말을 내뱉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기억하는 그 사람의 위치를 찾아 노려봅니다. 사람이라니. 분명, 이 집은 혼자 사는 곳이라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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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그럼에도 어둠 속이라고. 그 남자만 바라보고 있던 눈인지라. 새로운 것을 망막에 그리는 게 어려운 모양이다. 눈을 제대로 뜨고, 다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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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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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저 느낌이었다. 내가 이걸 들고 가야만 한다는 느낌. 혜경이는 그 망치를 손에 쥡니다. 그리고 자신이 챙긴 물건 사이에 숨겨요.)
(이래야만 한다고. 운명이 부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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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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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뒤쳐지고 만다. 그리고 이내 걸음을 잠시 멈춘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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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속만 시끄러운 거, 너무 힘들다고. 차라리 울고 시원해지는 거라면 다행일 것 같은데.
이건 울고 나면 더 무겁게 가라앉는 감정인 것 같거든.
왜 아까 그런 질문 한 거야?
어디까지 눈 감아 줄 수 있냐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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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행동이라면, 뭐든 눈을 감겠다고 했지. 그러면, 차혜경. 지금 눈 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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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아줄게. (그리고 그 흔들림은 말이다. 이런 의미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행해버리는 마음에서 오는 가책.)
그러니까 다시 말 해 봐. 난 정말로 네 가족이고. 넌 정말로 가족을 위한 거지? 가족은, 힘들 때, 서로의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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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경, 너밖에 없어. 좋든 싫든 우리한테는 지금 우리밖에 없어. 나는 당신마저 잃으면 정말로 이 시간과 함께 멈춰버릴 것 같아. (그리고 그것만이 숨이 막히지 않게 답할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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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렇게 답 해.
이상한 질문하지 말고. 날 잃으면 무섭다고 말 해. (멀어진 거리를 좁힌다. 아직도 마음은 세차게 흔들리고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래야 한다는 것처럼. 그를 지나서 한 걸음 앞을 먼저 나선다.)
당신의 입에서 정말 날 가족처럼 생각한다 말했다면. 진짜 배신감 느꼈을 거야. 거짓말인 거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난 진심이야. 정말로 진심이야. ………, 그러니까. 나도 당신 뿐이 없어. 가자. 내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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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40/20/8 |
굴림: | 46 |
판정결과: |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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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석환과 조금 먼 거리에서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가방을 보수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을까 고민한다.) 바늘… 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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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짇고리를 하나 꺼내 도로 자리에 앉고는 바늘에 실을 꿴다. 바느질을 잘 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었지만, 뭐라도 할 거리가 생긴 것이 기꺼운 것에 가까웠다.)
기준치: | 10/5/2 |
굴림: | 32 |
판정결과: |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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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두면, 공그르기 따위 할 줄 몰라 엉망으로 듬성듬성 가방 위로 실들이 줄을 이으며 이어진 가방이 남는다. 시간은 흐르지 않으니 얼만큼의 시간이 소요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볼품 없이 꿰맨 가방을 말없이 혜경에게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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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에서 제 손으로 옮겨진 가방을 바라본다. 똑같은 가방이 맞는데. 역시나 조금 더 오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야 만다.)
옆에서 보니까 엉성한 바느질이던데. 금방 뜯어지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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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좋은 가방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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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가방 하나 뿐이라서 가장 좋아 보일 뿐인 거지. 실제로는 안 좋은 가방일 수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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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가진 걸 사랑하길 더 좋아하는 사람이야. 내 가방이 당신 가방보다 더 좋다고 확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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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답이 나올 게 뻔한 질문. 꼭 답 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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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대화가 이어지고 다시 입을 다문다. 한 번 흘렀다가 멈춘 시간이라서 그런가. 흐르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너무 천천히 흘러서, 지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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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당연하지. 당연히 그래야지. 여전히 가장 좋은 것은 기억하고, 여전히 가장 사랑하게 된다면 말이야.
(긴 침묵 끝에 늦은 대답을 이었다.)
살아갈 자신이 없거든. 나는 묻어두고 외면하고.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야. 이런 방식으로는 죽어도 미래까지 생각하며 살 수 없다는 거 알아. 따지자면 나의 방식은 조금씩 현재를 연명할 뿐인 방식이겠지.
미래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과거를 돌아보고 안을 수 있는 사람이 선택하는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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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을 하는 이유는…. 이번만큼은 단순하지 않았다. 언제나 자기 확신에 가득차서, 옳다고 믿은 나의 것을 말이라는 형태로 내뱉기 좋아하는 나라고 하지만. 이것만큼은 왜 대답을 하고 있는 지, 설명하지 쉽지 않았다.)
(원하지 않은 배려라도 배려니까. 받은 배려에 보답하고 싶어서? 글쎄…. 저 사람이 오랜만에 말을 걸고, 내가 곁에 잠시 앉을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줬기에? 글쎄….)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입을 열게 만들 정도의 핵심은 아니다 싶다.)
내가 그래서 말하기 싫다고 했잖아. 어쩐지 우울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고….
(그래서 은근슬쩍. 네 탓이나 하며 말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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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식... (과거를 돌아보고 안을 수 있는 사람. 그건 적어도 지금의 자신은 아니었다. 그때의 자신은 그 날. 떠올릴 수도 없는 날. 이미 죽었다, 그 아이 옆에서. 혼자서는 아무래도 외로울 테니.)
(멍하니 또 바닥을 내려다 보다가, 정신을 돌리려는 건지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서 나서기 전에 돌려두었던 모래시계로 향했다. 시간이 흘렀다는 걸 증명하듯 절반 정도 흘러있는 모래가 아래 쌓여있다.)
(어느 쪽으로 뒤집어도 절반의 모래임은 변하지 않았지만, 구태여 그것을 한 번 뒤집고는) 뭐라도,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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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배는 고프지는 않아. 그 노인의 집에서 먹은 게 좀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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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래도 먹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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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러던 중 가방 밑에서 묵직한 무언가를 발견한다. 무화과다. 계절과 딱 맞는 과일이다. 혜경이는 그것을 손에 쥐고서, 말을 한다.) 나, 당신도 믿지 말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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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서 적당해 보이는 통조림 하나를 꺼내고는 뚜껑을 연다.) 그래도, 늘 의심하고 경계할 수는 없으니까. 반만. 딱 남을 경계하는 거에 반절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까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니까, 당신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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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누가 그래? 나한테 당신이란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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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나 스스로도 나를 믿을 수 없는데. 당신에게 믿으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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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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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말이야. 그 반대편의 반절. (차혜경은 손에 쥔 무화과를 베어 물어, 그 단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무화과의 단면을 보면 알겠지만. 그리 자세히 볼 건 못 됐다. 사람의 심장처럼.)
당신을 믿어야만 하는 반절. 그 전부를 걸고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고.
…대답, 해줘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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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고, 길을 찾을 자신이 없었다. 설령 길을 찾는다고 해도 돌아가는 게 맞는 것일까. 그 아이를 마음에 밑바닥에 묻어둬야 할 텐데. 내려둬야 할 텐데. 어떻게 그래.)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나는.
이건 당신의 그 절반의 믿음도 부정하는 걸까. (믿지 말라고 했지만, 당신의 믿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또한 두렵다. 그런데도 그 믿음에 아무런 답을 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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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이 아니잖아. 난 당신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잖아. 당신 같은 답을 할 재주는 없어.
(혜경이는 남은 무화과를 바라보다가. 제 몫의 음식을 씹어 먹는다.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삼킨다.)
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지. 내가 납득한다면, 배신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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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경, 이 벌과 같은 삶이 너무 빨리 끝나서도. 내가 벌을 이겨내서도 안 되는 거잖아. 그거야말로 그 아이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
그 모든 기억이 여전히 내게 머물고, 그 사랑이 여전한데, 그 모든 걸 어떻게 두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을까.
나는 이 모든 걸 두고 갈 수가 없어. 함께 갈 수가 없다면, 그냥 여기 고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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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입에 뭘 좀 넣어. 배도 안 고픈 내가 과일 하나를 다 먹었어. 그런데 당신이라는 사람은 어째 한 입도 먹질 않아?
내가…. 아침 먹기 싫다고 울던, 시연이 대하듯, 당신 대하는 걸 원하지 않겠지?
눈을 감으라고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애가 입을 벌리고 웃으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숫가락을 넣어버리는 같은 행위 말이야.
걘, 내가 나랑 마지막으로 한 집에 살 때도 그런 투정을 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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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입에 담지 않던 것은 자신 뿐은 아니었으니까. 의문, 놀라움, 어쩌면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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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정한 금기도 아니었잖아.
암묵적인 금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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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입에 담는 것은 커녕 생각조차 꺼내지 못하는 내가 한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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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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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습관을 들여 놔. 일단 필요하지 않아 보여도, 원하지 않아도, 먹고, 자고, 깨고, 사는 습관. 과거에 머무르는 게, 쉬운 줄 알아?
먹어. (손목은 붙잡혔지만 밀려나지는 않았다. 꽤 강경하게 굴 것인지. 약간의 힘으로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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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 줘. 나한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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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 세상에서, 당신이 어떤 얼굴을 하는 지 알게 됐으니까!
이 멈춘 세상에서는 게속 기다려주고 배려해주고. 그런 거 할 수 있어.
하지만 시간이 흐르든, 그 세상에서. 당신이 흘린 눈물을, 난 잊지 못 해.
당신을, 잘라내고, 버릴 수 없어.
내가 못 해. 그건, 정말, 그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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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자신의 길도 비교할 수 없이 멋지다고, 말해주던 사람이 이렇게 된 거, 눈 감을 수 없어.
그건 우리를 지키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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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서 이러는 건데?
왜 나를 괴롭혀... 왜 나를 자꾸 끌어내려고 해...
네가 원하는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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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야말로! 난 단 하나 빼고 요구하지 않았잖아. 어떻게든 살아있을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사실은 알고 있다. 그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름아닌 내가 그러했으니까.)
과거에 계속 머물고 싶다며. 그런데 어떻게 해야만 그렇게 살아지는 모르잖아. 유경험자로서 알려주고 있을 뿐인데. 그게 대체 무슨 불만이실까?
설마 말이야. 고작 이런 말이 당신을 몰아붙이는 거야?
그러면 어디까지 갈 거야, 설석환? 그 끝에는 뭐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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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하나 때문에 계속 살고 있잖아!
차혜경이 살고 있으니까, 살아가고 있잖아.
이걸로는 안 돼? 이건 사는 게 아니야?
그럼 뭐가 사는 건데. 어? 말해 봐. 어떻게 해야 살아간다고 인정 받을 수 있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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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막혔나 싶을 때.)
나한테 말고!
나한테 산다는 인정 받으려고 하지 말고! 설석환, 당신 스스로에게 살아간다고 인정 받을 생각이나 해!
나 없다고 안 죽어. 나 없다고 죽지 않아.
당신 안에, 당신의 아내와 딸을,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나 하나 없다고 죽을 눈을 할 사람이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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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에 당신을 좀 생각 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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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떠나지도, 혜경의 입을 막는 것도 아닌 바보 같이 자신의 귀를 막는 것을 택한다.)
내 생각을 하라고? 집어치워. 겨우, 겨우 당신 하나라도 생각하고 있는 거니까. 이 이상은, 이 이상은. 내가 버겁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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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왜 버거운 거겠어.
그 머리, 그 심장. 그 집에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잖아.
(다시 한 번 멀어졌다. 마치 영엉 떠나버릴 사람처럼 굴 생각이었다.)
그 곳에는 원래 마땅히 당신이 거주하고 있어야 할 자리라고. 내가 아니라. 버겁다면, 날 잠시 내려둬.
못 하겠다면. 내가 직접 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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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 형사 일 허투루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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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아, (혜경의 손목을 붙잡는다.)
그러지 마. 그래선 안 돼.
우리 두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행동이 아니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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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얼굴로 시선을 외면한다.) 상식적으로. 날 전혀 믿지 않는 사람의 곁에서, 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잖아.
지금처럼 시간이 멈춰 있어서 다행인 거지.
예측할 수 없는, 변칙이 가능한, 원래 시간에서 당신은 나 하나만 생각하다가, 당신 스스로를 더 잃어버리게 될 거야.
나는 그런 거 싫어. 원하지 않아. 나는 예전이고 지금이고, 살아있는 자가 마땅히 더 살기를 바라.
난 그런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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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경은 늘 그렇지.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면, 맞는 거니까. 의견을 돌리는 행동 따위 하지도 못하고.
자신이 없다는 나를 두고 정말로 가버릴 수도 있겠지.
내가 살길 바라? (혜경의 손목을 쥔 손에 힘이 실린다.)
그럼 가면 안 돼. 그리고 이건, 협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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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느껴졌다. 딱히 그가 잡은 손목이 아프다는 식의 연약한 소리는 아니었다. 말을 하는 그의 발성과 눈빛에서 아픔을 느꼈다는 말이다.
그래. 내가 그래서 당신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 1년하고서 3일 동안 침묵과 배려로 묵묵히 모든 것을 받아낸 이유. 그것이 지금도 그렇다는 듯, 눈 앞에 재현이 되고 있었다.)
……….
미안해. (그냥 툭 튀어나온 말이다. 자신의 행동도, 당신에게 썩 좋지 않은 수단이었다는 것을 머리 속으로 인정하기도 전에 나온 말.)
정말 미안해. 괜찮아. 나 어디로 안 가. 말했잖아. 당신만 혼자 유일이겠어? 나도 당신이 유일해. 심지어 유일한 가족이잖아.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나에겐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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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가족을 어떻게 버려. 그건 지금의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
당신을 어떻게 버리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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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있으니 제 표정을 볼 수 없음에 안심하며,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을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오늘 사람을 죽였어.
(고해성사를 하듯 털어둔 말 뒤로 아마도 보통의 자신이었다면 뱉지 않을 말들이 이어진다.) 그런데도 내가 나를 생각하길 바라? 나를 버리지 않을 거야?
(정말 확인을 받고 싶어서 묻는 것인지, 그저 혜경의 믿음을 떠 보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약해진 자의 헛소리인지 모를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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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에 답하기 전에 하나 물어보고 싶어.
나, 당신 얼굴 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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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놓아주고 떨어진 한 걸음. 혜경이는 곧바로 그 걸음을 쫓아갔다. 그리고 그 상대로 손을 설석환의 얼굴 위에 고스란히 가지런하게 올린다.)
미안해. 당신한테 그런 일이나 하게 만들어서. ……. 당신 탓이 아니야. 안심하고 방심하고 안일하게 굴었던 내 탓일 거야. 온전히 당신의 잘못으로 두지 않을 거야.
(그 상태로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 세 개의 질문. 그 모든 것에 대단 답을 읊었다.)
괜찮아. 사람을 버리는 건, 내가 가장 못 하는 일이거든. 이건 당신만 알고 있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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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해주었으면 하다가도, 자신을 매도하고 밟아주길 원하기도 한다.)
(자신을 버리지 않겠다는, 가족으로 있겠다는 말에 묘한 답답함을 느낀다. 자신이 말했던 대로 해주겠다는데. 붙잡고 협박했던 대로 옆에 있겠다는데, 참 웃긴 일이다.)
(어쩌면 계속해서 감정을 터뜨릴 기회를 찾고 있던 것은 아닐까. 앞에 있는 자신에게 져줄 것 같은 사람을 이용해서.)
내가 무슨 짓을 했을 줄 알고. (혜경이 제 살인을 알고 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었다. 그걸 감안하고 데리고 갔던 거니까. 묻지 않아서 초조했으며, 눈을 감아서 불안했다.)
(그리고 지금은... 무슨 감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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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주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렇게 달라진 설석환이란 사람을 모를 정도로 짧은 시간을 함께한 게 아니잖아, 우리.
(그 단단한 손이 당신의 입술을 지나친다. 나쁜 버릇은 없나보다. 짓이겨져서 피부가 망가지지는 않았네.)
당신의 말을 인용하자면. 아무나 되는 대로 죽였을 리 없다는 거지. 그리고……. 당신이 거기에 대한 응당한 벌을 받기를 원하는 것도 알아. 하지만 여기는 재판소도 아니고, 난 검사도 판사도 아니지. 그런 사람으로서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
(당신이 조금이라도 죄에 있어서, 자신이 할 일에 대한 벌만 받게 하는 것.)
누굴 죽였어? 무슨 이유였어? 당신은 그때 어땠어? 내가 많이 떠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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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아니, 노인인 척 하는 사람을. (말을 이으려 하면 속이 울렁인다. 토할 것 같아. 역시 이렇게는 말을 못하겠다. 이렇게 마주 보고서는.)
(한 손을 올려 혜경의 손을 붙잡는다.) 너를...
(구역질이 나 입을 틀어 막는다. 당장이라도 속을 비워내기라도 할 것처럼 올라오는 토기를 삼키며 말만을 뱉는다.)
너를 죽일 것 같아서.
네가 아주 많이 떠올랐지. (혜경만 떠올랐던 것은 아니었으나, 혜경이 가득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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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 어떻게 당신의 죄라고만 말할 수 있겠어.
(짧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의 등을 가볍게 위아래로 쓸어준다. 진정하라고. 괜찮다고. 시체를 보고도 멀쩡할 것이라고 자신하던 사람이 이럴 정도면, 아주 심한 마음의 통각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러니까 당신의 잘못 일부를 가져갈게. 어차피 버겁잖아. 내가 바라는 건……. 하나고.
(당신이 사는 거.)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짧게 웃었다, 좋은 웃음은 아니었다. 아까 전 자신의 행동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신을 떠나겠다고 하던 협박 말이다. 정말 나는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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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으로 다가가 현관문에 달린 작은 구멍으로 밖을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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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빨리, 이리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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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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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고 어린 아이.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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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사람, 살아있는.)
(벌떡 일어나서 소파 뒤에서 나온다. 종종 걸음은 너무 빠른 탓에 다리가 꼬일 뻔 했다.) 괜찮아? 석환 씨, 뭐해요? 일단 안으로 들여야 할 거 아니야. 얼굴부터 힘들어 보여. 물, 물, 물이 혹시 필요하니?
(그 남자 옆으로 다가갔을 때는, 그 긴 말을 다 내뱉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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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어? 몇 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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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그 병을 쥐어주려고 하는데. 나도 모르고 발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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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이는 애써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걸면서. 생수병을 소녀에게 보였다.)
마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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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환 씨. ……, 오늘 우리가 가져온 거. 이 아이에게 주는 게 맞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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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방을 찾아와 노인의 집에서 챙겨온 통조림을 넣고는 아이의 등에 매준다.) 아빠가, 걱정하시잖아. 돌아가면, 절대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아빠 말 잘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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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 아빠들이란 왜 저러는 지 모르겠다.
(혜경이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가볍게 쓰다듬었다.)
아빠들이란. 정말 왜 그런 건지. 그래도 급한 게 아니라면 여기 다시 오면 안 돼. 정말 안 돼. 좀비가 없다고 해도 그렇지. 만약에 이 곳에 우리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계속 빙빙 돌기만 했을 거 아니겠니?
그건 정말 위험한 거니까.
널 위해서라도 그러지 마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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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너.
이름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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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아빠가 모르는 아저씨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어... 이거는 내가 온 거니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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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모르는 아저씨 아니야.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자신의 것보다…. 아무튼 내 것보다 손에 익지 않는 무언가.)
이 아저씨는 경찰이야. 모르는 아저씨는 위험하지만. 경찰 아저씨는 무섭지 않지?
(설석환의 경찰 수첩이었다. 혜경이는 그것을 흔들었고. 설석환의 팔을 잡아 끌어다가, 그 손바닥 위에 얹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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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와.
(하고 말했고. 그것만 말하기에는 너무 무겁다 싶어서.)
…나한테 줄 선물도 사오고.
(그런 말이나 괜히 덧붙였다. 정말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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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한테 별별 말을 다 했는데. 정작 나는 시연이가 생각나는 아이를 봤다고. 그리고 그 아이에게서 윤기를 떠올리는 말을 들었다고. 마음이 잠깐 무너진다. 정말 잠깐 무너질 뿐인 거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한 없이 치사한 것이니까.)
(그렇게 혜경이는 조금 울었다. 몸을 웅크리고. 아주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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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근처에 놔뒀을 물건을 바라본다. 가방에서 나온 잡다한 것들인데. 그것들 사이에서 망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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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40/20/8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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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이는 짧게 투정을 하고서, 전등 스위치를 눌러서 조명을 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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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40/20/8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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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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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사건은 사건이다. 지금 또 다른 사건인 실종 사건이 발생한 만큼 빠르게 행동을 해야하는 순간이다.)
(혜경이는 망치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가 그렇고 자신도 그러듯. 모래 시계를 뒤집었다. 그리고 현관문으로 향한다. 설석환이 갔을, 저 건너편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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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을 잡고는 재빠르게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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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겠어! 내 행동이 이유를 당신이 다 말했잖아!
늦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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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둡고, 좀비를 소리로밖에 들을 수가 없어서. (떨어지며 소리를 크게 울리는 망치를 무시했다. 어차피 지금은 안에 있으니까 괜찮았다.)
(혜경의 손을 붙잡고 현관에서 떨어져 안으로 들어간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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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안 하던 사과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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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래서.
그 애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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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그 아이라도.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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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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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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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든, 손전등이든. 뭐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갔다올게. 아마 윗층 어딘가 한 곳 정도는 열려있는 곳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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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까지 당신을 기다리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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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 해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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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세수를 하며 거실에 있는 소파에 잠시 앉았다.)
아니면... 이대로 둘이 같이 어둠 속에서 시간이 흐르길 기다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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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혼자 있는 모습이 어쩐지 보기 싫어서. 걸음을 옮겨서 그 옆에 선다. 그리고 고민하다가 당신의 허락 없이 앉는다. 속으로는 날 거부하고, 또 베란다로 가버리면 어쩌지… 싶지만.)
… 솔직하게. 지금까지 나온 제안 중에서 마지막이 가장 마음에 드네.
시간이라는 건 멈추는 게 아니라 흘러야 하는 법이니까.
시간이 멈춘다는 것에 당연해지지 말아야지.
사람은 시간 속에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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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은 혜경을 바라본다. 조명이 비치는 순간의 혜경에 어둠에 잠기는 순간의 차혜경을. 어둠이 완전히 이 방을 삼키면, 어쩌면 당신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러고 나면 나 또한 어둠과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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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일을 경험한 하루다 생각하며. 눈꺼풀이 슬며시 감기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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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이 살아났으니, 이전에는 열어두었던 베란다와 현관을 잠그고, 모든 열린 창들을 잠근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좀비 소리가 끊긴 것 같아. 다시 시간이 멈췄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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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힘들었잖아 ... (잠이라도 그냥 맘 편하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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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제 가방에 있던 라디오를 만지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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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고부터 천천히 로딩을 하고. 지난 밤을 생각한다. 창문을 바라보니, 아직도 밤인 모양이다.)
나는 노을이 지는 시간대가 좋은데 말이야.
(중얼중얼.)
(그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내가 여기서 잤으면? 설석환은 어디서 잤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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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을 뜨고서 바로 그 곁에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었다. 너무 오래만에 느껴보는 감각.)
(혜경이는 어둠에 적응하려는 동안 그 손을 가볍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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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의 문을 열지 않고, 창문으로 그 너머를 바라봅니다. 아니,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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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80/40/16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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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온 이야기를 생각한다. 손전등 같은 게, 확실히 필요할 지 모르겠다. 이 남자는 절대로 날 혼자서 저 밖에 내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나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발가락 앞꿈치만 들고 살금살금 현관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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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40/20/8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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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이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서 위로 향합시다. 겸사겸사, 바닥에 떨어져 있을 망치도 주워서 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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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40/20/8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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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40/20/8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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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이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위험할 수 있으니, 망치를 앞으로 치켜든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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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서랍을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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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도끼는... 유용하다 싶다.)
(그리고 과자. 맛있는 건, 언제나 사람을 희망차게 해준다.)
(3초간 짧게 희죽거리며 웃었다.)
(손전등을 찾기 위해서 너무 오래 시간을 끄는 것도 그러니. 이 정도로 둘러보고 '나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앗, 그 전 에. 가장 마지막 윗칸도 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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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소리나게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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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을 경계하면서 주위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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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맨 위를 본다. 서랍을 열지 않고. 그 맨 위. 올려두는 공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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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모든 물건을 품에 가득 안고. 조심스럽게 유리 조각을 살펴본다. 도자기? 어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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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등을 찾기에는 301호는 아닌 것으로 한다. 어쩐지. 너무 문이 쉽게 열렸어.)
(오히려 손전등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니.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좀 있다. 혜경이는 "넌 뭐 가진 것도 없냐? 빨리 더 내 놔!" 라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서랍을 다시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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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409001837/uO6iB42KxJhY6ZXKZEHDwQ/med.jpg?172604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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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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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40/20/8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409013024/tHMgtEApmipw6nZ4mK6WFA/med.jpg?1726058030)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뜨면 본래라면 소파에서 느껴져야 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빠르게 몸을 일으킨다. 어둑한 시야에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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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과자와 손전등을 챙긴다. 그리고 손전등으로 불빛을 비춘다. 바닥을 향해서,)
나, 여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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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으니까 손전등 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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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많이 비겁하다 싶다.)
(혜경이는 과자와 손전등을 손에 쥔 상태로, 그에게 다가가서 가볍게 안긴다. 자신을 받아줄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 당신만 치사하게 얼굴을 보이지 않는 건 너무하니까. 나도 혼날 게 뻔한 상황 속에서 얼굴이라고 회피하려고 한다.)
...잠깐 다녀왔어. 3층에.
그리고 거기서 주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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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둘이 움직이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일 수 있다며.
그런데도 굳이 혼자 다녀오길 선택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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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얼굴은 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그를 꽉 끌어안는다. 실제로 얼굴을 보기가 무섭다.)
그냥. 잠든 모습을 보니까 깨우기가 싫었어. 그리고 할 일도 없고, 어둑한 방을 보니까 손전등이 없으면 정말 안 될 것 같아서.
아주 잠깐 다녀온 거야.
그리거 봐. 아무런 일도 없었잖아. 이제 당신도 좀 마음이 아닌 머리로 이해할 수 있지 않겠어? 나 그래도 다른 의미로 당신과 생존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숨기만 할 필요가 없을 지 몰라. 당신 옆에서,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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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잠든 나를 깨우는 것조차 싫었던 건 아니고? 지겨웠던 거잖아.
(축 쳐진 팔을 올릴 생각도 없다. 안긴 혜경을 그저 내버려둔 채로 멍하니 어둠 속 한 곳을 응시한다.)
나 그동안 그렇게까지 당신 숨긴 적 없잖아. 당신을 눈에 보이게 챙긴 적도 없잖아. 나는 그저 방임했고, 방관했고, 당신은 내 눈치를 봤지.
근데 왜, 이제 와서. 새 쓸모를 찾으려고 그래?
내가 당신을 숨기겠다고 마음 먹고 난 후에, 왜 내 등 뒤에 숨지 않으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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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도 말이야.)
버려지는 거 싫으니까.
그래서 숨고 싶지 않았어. 인정 받고자 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러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러지 못하는 거야. 난, 나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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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정 따위를 받으려고 하지 마. 그리고 적어도 이전의 나라면, 네가 그런 무모함을 감수하는 걸 도리어 자격 미달이라고 했을 테니까.
(품에 안긴 혜경을 떼어낸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사고 체계가 마음의 입을 막고. 기억을 들추면, 화제 전환이다.)
...뭐라도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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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서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괴로운 마음이 참지 못 하고 새어 나온 모양이었다.)
사람이 너무 꽉 막혔어. 먼저 먹어. 난 짐부터 잠깐 정리할 테니까. (떼어내졌다고 하지만. 그 동시에 몇 걸음 뒤로 갔다. 거부고 거절이었으나 굳이 티를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라 당신을 기준으로 빙 돌아서, 거실 안 쪽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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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한 켠에서 어젯밤 아이에게 주고 치워둔 음식 중 적당한 걸 주워들어 입에 넣는다. 기계적 행위를 하듯 넘어가지 않는 음식물을 삼킨다.)
(어둠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포근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숨이 막히기도 했다.)
있잖아, 우리.
나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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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앞뒤가 안 맞잖아. 나의 생존이 당신의 목적이라면서. 나가면 위험하다고 말리던 사람이 누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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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움직이는 건 당신이 싫어하고. 당신이 혼자 움직이는 건 내가 죽을 만큼 싫으니까.
당신이 내 곁에 붙어 있겠다고만 약속하면, 당신 말대로. 우리 둘이 움직이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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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이야? 아니면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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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충동은…. 타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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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흐름도, 완전한 멈춤도 아닌 세상에서 나는 어느 속도로 움직이면 되는 걸까. 멈춰있던 세상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시간에 맞게 고여있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뒤쳐지고, 나아가고. 그 모든 게 의지력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했다.)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 (꼭꼭 잠가두었던 문을 연다. 베란다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그러면 혜경이 잡으려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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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눈은 저기에 있는 그이보다 암순응이 된 눈이었다. 어둠 속에서 유독 짙은 물체감을 가진 남자를 향해 재빠르게 걸어간다. 그리고 통조림따위를 들고 있지 않은 손을 부여잡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정확하게는 그 앞까지 와서 다리에 힘이 빠졌다.)
………. 미안해. 미안해. 당신을 재촉하려는 건 아니었어. 당신을 어딘가로 밀어버리려는 게 아니었어. 미안해. 괜찮아. 당신이…, 설석환, 네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나 또 다시 계속 기다릴테니까.
여길 나가지 않더라도 당신 곁에 붙어 있을테니까. 나한테 억지로 맞출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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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지 마.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잘못이 없었어. 내가, 다 잘못했지.
나한테 억지로 맞출 필요 없어, 당신이야말로. 내가 계속 맞추길 강요하고, 당신을 억압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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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참을 수 없지만. 당신은 조금만 더 무거워져도 버거워하겠지만. 난 아니잖아. 난 더 참으라고 말한다면 참을 수 있고. 조금 더 무거워도 견딜 수 있고.
내가 더 잘 할 수 있으니까.
제발, 제발, 부탁인데. 당신을 포기하지 말아 줘. 날 맞춘다고, 당신이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는 듯 말하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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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의 볼을 손가락으로 쓸어보며,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살아있는 온기를.)
당신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러면, 나가지 말자.
(혜경의 머리칼을 넘겨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전히 낮게 앉아있는 혜경에게 손을 내민다. 잡으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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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힘이 풀렸어. 꽉 잡아 줘.
(그래도 이 사람 앞에서만큼은 무릎을 꿇는 걸. 허리를 굽히는 걸. 가능한 보여주고 싶지 않은지라. 그 손을 흔쾌히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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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를 몇 번 주고 받고. 불편한데 그나마 편한 자세를 찾았다.)
눈 감아도 돼. 낮이면 깨어있으라고 할 텐데. 멈춘 시간이 밤이라서 자지 말라고 하기에 이상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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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80/40/16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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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근원지가 꽤 가까운 걸 듣고. 설석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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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헛된 생각을 하나 하고. 정신을 차린 여자가 그 뒤를 따른다. 그러보니 3층에 도둑이 든 것 같던데. 이 집에도.... 도둑 같은 게 들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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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50/25/10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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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 많은 집 중 어떻게 사람이 있을 법한 집을 찾아 한 번에 깨고 온 걸까. 참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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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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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덧붙인다.)
당신 앞에서 죽지 않을게. 어떤 일이 있어도.
이건, 한, 40년은 유효한 약속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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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쪽에서 생각해야만 하는 거겠지.
(그런 느낌이 든다. 만약, 우리갸 이야기를 통해서 나가지 않는다는 선택지에 머무르겠다고 하더라도. 이 말을 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
증명해 보일게.
당신이 선택한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당신이 보는 눈 앞에서 증명해보일게.
그리고 그런 결말을 향하는 과정이 어떻든. 당신과 함게 할게. 이제 서로 다른 길을 목표하고 걷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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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수 있어,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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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심장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았을까. 어째서 당신 하나 뿐일까. 그 누구도 그걸 원하진 않았을 텐데. 내 심장에 홀로 남아버린 당신과, 그 어느 자리도 원하지 않는 내가.)
그래, 당신을 믿어볼게. 차혜경을 믿을게. 당신 말을 따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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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있지.
…, 당신은 이런 날 정말로 싫어하겠지? 늘, 정말, 미안.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베란다를 떠난다. 미쳤다고 도둑처럼 베란다를 뛰어내릴 바보는 아니다. 운동 솜씨도 좋지 않은 걸 아는데... 내가 뭐라고 뛰어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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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지 마.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했잖아.
(그래서 대답하지 않는다. 어차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맞춰 하는 답변을 혜경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혜경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욕실에 떨어진 망치와 혜경이 주워온 도끼를 집어들고. 그것을 혜경의 한 손에 쥐어주면서.)
(망치를 쥔 제 손이 썩 달갑지 않았다. 비어있는 손을 잡고 싶었지만 한 쪽 손이 묶인다는 건 제약이라는 거니까.)
다른 무엇보다도. 너를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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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나서기 전에 이렇게 대답한다.)
당연하지. 난 원래 일순위를 나로 정해둔 사람이야.
(그리고 흔적을 따라간다.)
![](https://blog.kakaocdn.net/dn/c3BiVp/btsJDcJ2gPC/bztJvzk5SkJEce8N3DIox1/img.png)
TRPG/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