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포스트는 일단 사진 한 장을 올리면, 쓰이게 되는 법이라고.
지인이 블로그에 쓴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합니다.
(수미상관을 만들어준 현호원, 넌 최고야 !)
그러니까 모든 이야기는 결국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축 사업을 하는 재벌과 인연이 생긴 차혜경. 식사를 몇 번 한 것으로 인연이 끝난 줄 알지만, 생일 연회의 초대장을 받게 된다.
거절할 수 없던 혜경은 수락을 하지만 혼자 가기에는 그 공간을 견딜 자신이 없다. 그래서 호원에게 연회를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호원이는 그 제안에 수락한다. 그리고 연회날, 집주인인 재산가가 사망하는 것으로 연쇄 살인이 시작이 된다.
밖은 번개와 폭우가 쏟아지고. 산 속에 있는 서양식 저택은 전화마저 고장난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이곳에는 경찰이 있었다. 경찰인 두 사람은 처음에는 생존자 무리를 잘 제어하는 듯 했지만.
연이은 살인에 무리는 두 사람에게 불신을 가지게 된다.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라도 (특히, 혜경이는 경찰이 이런 사건도 해결 못 하면 되겠냐며 열을 올리지 않았을까?) 사건을 해결하려고 애를 쓰고. 그 과정에서 호원이를 다소 강하게 이끌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무언가 알아차린 호원이가 범인을 잡기 위한 추격전을 벌인다….
라는 것이 굳이 적지 않았지만. 제 머리 속에 있었던 3년 전의 이야기 입니다.
혜경이는 죄책감에 경찰을 그만두고, 호원이를 챙기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요?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고 할 사람은 자신 뿐이 없으니까 생각하면서요.
그게 점점 뒤틀려서….
이런 말이나 하는 여자가 되긴 했지만.
굴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라, 이 맛 알고 있어. 이거 20년 전의 차혜경이야! 하나에 사로 잡혀서, 앞뒤 분별 하나 없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거!
역시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 눈에 이채가 아니라 광기가 도는 여자인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고 여러분과 만나서 다행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면 말입니다. 혜경이를 믿어주는 호원이도 좋지만 (얼마나 좋아하냐면요. 제 0번째 순위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을 계산한 후에 가장 안전한 답을 내는 현호원도 좋아합니다.
그게 사실은 오리지널 모습인 거잖아요. 그리고 저는 오리지널 맛을 좋아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혜경이를 믿어주는 호원이는 0순위로 사랑합니다.)
웃는 얼굴, 침착한 태도. 겉의 유순함으로 알아채기 어려운 치밀한 이성적 사고.
내가 참 좋아하는 여자야.
그래서 이런 호원이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건, 내 손을 기꺼이 잡아주는 현호원.)
하지만 역시 이 부분은 아프다. 그것도 너무 아프다 !! !!!
멀어지는 호원이 보면서. GM도 같이 손을 뻗었어요. 그런데 모니터 화면에 막혀서, 호원이에게 닿지 못 했어요.
벅벅. 내 마음 벅벅 아프게 만듬. 뭐하는 사람이냐니. 이런 말은 들을 각오로, 오유관에 데려오지 않았는데.
심지어, 확신으로 차혜경 의심 1순위가 됐어.
(아, 벅벅!!)
사실은요. 어느 정도 의도를 한 거긴 합니다. 고작 4사이클인 짧은 시나리오지만. 전반과 후반이 명확한 편이잖아요.
전반에는 이 사건을 내가 '몇 번'이고 경험한 게 아닐까? 그래서 이 여자(차혜경)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하다가.
후반부에서는 어떤 핸드아웃의 비밀을 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추론 방향이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나오는 인물이 '현화양' 씨인데요.
RP를 하면서 말한 것처럼, 화양이에게는 동생이 있어요. '현연화'요.
이름도 서사도, 모두 제가 지어낸 것입니다. 현 씨라는 성은 "우리 성이 같네요? 제 이름은 독특한데. 동생 이름 때문에 그래요. 연화거든요. 둘이 함께 있으면 '화양연화'가 된답니다." 말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어요.
이걸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저는 호원이랑 똑같은 사람을 흑막으로 두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몇 개가 있어요. 차혜경이 신뢰가 아닌 의심을 받을 수 있게,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남윤기' 씨를 붙여버릴까 하다가. 그러면 클라이맥스 때 주인공이 혜경이 될 것 같아서, 그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나름의 타협으로 만들어진 것이 '호원이와 비슷한 과거를 가진 인물'을 두고서, 과정을 지켜보자 였습니다.
그리고 이 반응을 본다면, 어느 정도 성공(?)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까지 성공할 생각은 없었어서. 호원이 말 보고서 다시 심장 벅벅 뜯기는 했지만.
그리고 호원이 말이 다 맞는 것 같아요. 무엇 하나 설명해주지 않고, 자기 행동만 고집한 결과가 이렇게 됐다.
이 상황에 던져진 사람으로서, 호원이가 하는 일갈들이.
좋네 (…)
진짜 좋네 (!!!)
현호원이 내내 자신은 기억이 돌아오더라도. 지금 이런 행동을 한 당신을 다르게 볼 확신이 없다. 이런 말을 내내 했는데.
정작 기억이 돌아오고 하는 말이 "왜 차혜경 없이 행복할 수 잇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것이라는 게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진짜, 너무, 맛있고, 멋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당신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기억이라는 감정과 추억을 찾고서는 이런 당신도 받아들일 수 있다.
뭐, 오타쿠란 자기 먹고 싶은 멋대로 조리해 먹는 법이잖아요? 저는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그래서…. 네.
전 그냥요.
현호원에게 차혜경이란 생각보다 무거운 사람이구나, 이런 걸 알아버렸습니다.
알고는 있었는데. (당연하지. 저는 저희가 쌓은 서사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진짜 무겁구나. 정말로 한 획이구나. 나, 자신감 가져도 되구나. 현호원은 내 꺼(X)라고….
TRPG/Review